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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의 한반도평화워치] ‘경험치’ 무장한 북한군, 쿠르스크 전장 판도 바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왜소한 체격과 나약함이란 선입견이 앞섰다. 6개월 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러시아 땅에서 목격된 북한군에 대한 국내외의 첫인상이었다. 우리 당국자나 전문가들 대부분은 북한군이 현대적인 전쟁에 전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파병은 자살행위라며 평가 절하했다. 실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현지 적응 훈련을 거쳐 전투에 참전한 지난해 12월 이후 한 달 남짓 동안 3000명 안팎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나오며 이런 평가는 사실인듯했다.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일선에 내몰렸는지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북한군을 ‘간단히’ 봐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전 적응력 쌓은 북한군
우크라 전쟁 경험 바탕으로
전군 업데이트 나설 가능성
‘혁신 거부 땐 패배’ 명심해야

인간방패로 나선 북한군?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북한군. [사진 우크라이나 언론인 텔레그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은 명운을 건 도전이었다. 자칫 러시아의 불만이 나올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웃음거리가 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김정은 입장에선 어떤 부대를 보낼지 딜레마였을 것이다. 한국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 병력을 빼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기량이 떨어지는 후방의 보병사단에서 병력을 보낼 수도 없었기에 김정은이 선택한 게 폭풍군단과 정찰총국 소속 부대다.

지난해 10월 북한군이 처음 러시아에 도착해 현지 적응 훈련을 할 때 함께 싸워야 할 러시아는 북한군을 환영하지 않았다. 인종적인 편견과 언어 소통이 불가능한 군대(북한군)가 무슨 싸움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선 북한군을 왜 데려왔냐는 불평도 나왔다. 북한군의 탈주나 심지어 절도 행위들이 보도되면서 북한군에 대한 이미지도 바닥이었다. 그래서 북한군은 멸시의 대상이었다. 러시아군은 북한군에 우크라이나군의 화력에 노출된 개활지를 돌격하라면서도 화력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북·러 군사협력이 삐걱거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북한군은 병력 한 명, 한 명을 쫓아와 공격하는 우크라이나의 드론에 속수무책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에 대한 드론 공격 영상을 공개하면서 전과를 자랑하고, 러시아와 북한의 사기를 꺾으려 했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이 대규모 사상자를 내면서 전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인간 방패 수준에서 버려진 존재 같았고, 북한의 전쟁 개입은 실패처럼 보였다.

“자폭할지언정 포로 되진 않겠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이 공개한 북한군의 전장 투입 상황. [사진 우크라이나 SSO 유튜브 캡처]
하지만 전열을 정비하고 전장에 다시 돌아온 북한군은 달라진 모습이었다. 2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국을 맞는 틈을 타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돌아온’ 북한군이 이 공세를 주도했다. 러시아의 화력 지원을 받아 드론 공격을 피해가며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를 공격하고 확보하는 데 북한군이 앞장선 것이다. 지난달 10일을 전후해 러시아는 핵심 요충지인 쿠르스크 수자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은 군사 정찰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종전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차원이었다. 현대전은 정보전인데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정보를 활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세가 ‘성과’를 낸 데는 북한군의 역할이 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군은 비교적 잘 훈련돼 있고, 유능한 전력”이라며 “주로 보병 전력이며, 모든 면에서 볼 때 그들은 능력이 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목격하는 건 그들이 분명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평가를 흘려 들어선 안 된다.

실제로 북한군은 후퇴했던 1개월 남짓 동안 부대를 다시 편성했다. 이전 자신들의 전술을 분석하고 드론 등 첨단 무기에 맞서는 ‘돌파구’를 모색했다는 얘기도 미 국방부 주변에서 나온다. 러시아군의 일부로 전투에 참여하던 것과 달리 현재는 러시아의 화력 지원 속에 북한군이 독자적인 지휘권으로 전투 중이고, 드론 공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 피해를 대거 줄였다고 한다. 무모하게 전장에 뛰어들었던 북한군이 현대전에 적응을 한, 일종의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참전 초기 한 달 동안 3000여명 가까이 피해를 보았지만, 최근 두 달 동안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2000명 전후의 사상자 발생에 그쳤을 것이라는 추정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명령을 완수하기 전에는 죽을 권리조차 없다”라거나 “자폭할지언정 포로가 되진 않겠다”는 병사들의 정신 전력도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다. 우리에겐 달갑지 않은 결과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북한군의 경험은 북한군 전체의 전략 전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 정보 수집, 발등의 불
우리 군은 드론봇과 유무인 복합전투를 외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한·미 연합연습에서는 4족 보행 로봇에 소총탑재 드론까지 동원하면서 무인무기체계의 역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막상 일선의 육군 부대 중에서 드론을 맘대로 운용하는 부대는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 분대 단위로 드론을 사용하고, 총알과 포탄 대신 자폭 드론을 사용하는 것은 아직 우리 군에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그간 우수한 첨단 과학 기술과 장비의 우위를 자랑하면서 북한군을 비웃었다. 그러면서도 천안함 폭침 사건을 비롯해 북한군에게 공격을 당하면 예산이나 인력 부족을 변명하기 바빴다. 우리가 처절한 현대전의 현실을 외면하는 사이에 북한군은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 이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불법적인 전쟁에 파병했다는 비판과 인명을 대가로 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을 토대로 속도감 있는 변화에 나설 게 뻔하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이 우리 군에 또 다른 발등의 불을 던진 것이다. 혁신을 거부하면 패배뿐이다. 이제 군은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는 것 뿐만 아니라 재래식 군사 경쟁에서도 버거워질 수 있다는 상정을 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 군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냉철하게 분석하는 게 먼저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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