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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 넘어갔다…메이저리그 흥분시킨 ‘어뢰 배트’ 뭐길래

뉴욕 양키스 유틸리티 내야수 재즈 치좀 주니어의 타격 장면. 기존 배트에 비해 몸통 부분이 불룩한 어뢰 배트를 사용한다. AP=연합뉴스
올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MLB)의 뜨거운 화두는 단연 ‘어뢰 배트(torpedo bat)’다. 기존 배트와는 확연히 다른 외양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이 배트를 쓰는 타자들이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졌다.

‘어뢰 배트’라는 명칭은 방망이 끝부분이 가장 무겁게 설계된 기존 배트와 달리 몸통 중간 부분을 불룩하고 무겁게 설계한 모양이 어뢰(torpedo)를 닮았다는 이유로 붙여졌다. 형태의 유사성 때문에 ‘볼링 핀’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배트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팀은 MLB 명가 뉴욕 양키스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개막 3연전에서 15개의 홈런을 몰아쳤는데, 그 중 어뢰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선 타자들이 9개를 생산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내야수 재즈 치좀 주니어다. 지난 2020년 빅리그 데뷔 이후 6시즌 째에 접어든 그는 통산 장타율 0.451을 기록 중인데, 초반이긴 하나 올 시즌 타격 양상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 5개의 안타 중 3개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장타율 1.167(3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재즈 치좀 주니어의 타격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또 한 명의 ‘어뢰 배트 전도사’는 신시내티 레즈의 4년차 내야수 엘리 델라크루스다. 일반 배트에서 어뢰 배트로 갈아탄 뒤 처음 타석에 선 지난 1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홈런 2개와 2루타 1개를 포함해 5타수 4안타를 휘몰아쳐 화제의 중심에 섰다. OPS(장타율+출루율)가 기존 0.606에서 1.346으로 껑충 뛰었다.

어뢰 배트를 고안한 인물은 매사추세츠 공대(MIT)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마이애미 말린스의 필드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애런 린하트다.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미시간대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다 2017년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팀 타격 코치로 직업을 바꾸며 야구계에 투신했다.

이후 2022~23년 양키스 마이너리그팀 타격 보조코치로 일할 때 지도하는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스윙의 효과를 극대화 할 새로운 배트를 고안해냈다. 어뢰 배트는 기존 배트와 비교해 스위트 스폿(sweet spot·운동역학적으로 스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점)을 손잡이 쪽으로 6인치(약 15㎝) 가량 옮겨놓은 게 특징이다. 타자들이 타구를 할 때 배트 표면에서 볼이 주로 닿는 부위가 기존 배트의 스위트 스폿보다 손잡이 방면으로 좀 더 안쪽에 있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변화를 줬다.

어뢰 배트(왼쪽)는 기존 배트(오른쪽)와 비교해 길이는 같지만 몸통 부분이 상대적으로 불룩한 게 특징이다. AP=연합뉴스
이를 근거로 린하트는 끝부분이 가장 무거운 기존 배트와 달리 가운데 부분이 좀 더 불룩하고 무거운 형태의 방망이를 고안해냈다. 무게 중심이 상대적으로 타자의 몸통과 가깝다보니 스윙이 한결 편하다는 게 이 배트를 사용하는 선수들의 이구동성이다.

메이저리거 사이에 어뢰 배트를 쓰는 선수가 급속도로 느는 이유는 MLB 사무국이 일찌감치 사용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MLB 규약 3.02는 “배트는 직경 2.61인치, 길이 42인치를 넘을 수 없다”고 명시해놓고 있는데, 어뢰 배트는 기존 배트와 길이가 같고 직경 또한 가장 두꺼운 부위가 2.61인치를 초과하지 않는다.

‘홈런 제조기’, ‘마법의 배트’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일부 팀과 타자들도 어뢰 배트를 확보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장 올 시즌에 이 방망이를 쓰는 타자를 보긴 힘들 전망이다. KBO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사용할 공인 배트의 샘플을 제공 받아 검수를 진행했는데, 어뢰 배트는 검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KBO 관계자도 “미리 제출한 배트 이외에 시즌 도중 추가로 검수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어뢰 배트는 어뢰처럼 몸통 부분이 불룩한 모양에서 착안한 명칭이다. 신화=연합뉴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나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나는 기존에 쓰던 방망이가 더 편하고 친숙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개념 방망이에 관심을 보이는 메이저리거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탬파베이로 팀을 옮겨 메이저리그 복귀를 준비 중인 한국인 내야수 김하성도 “어뢰 배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동료들 중에 이 배트를 주문한 선수들도 여럿 있다”면서 “나와 맞는 배트인지 확인한 뒤 마음에 들면 사용할 생각이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어뢰 배트가 ‘홈런 나와라 뚝딱’ 수준의 도깨비 방망이 취급을 받는 분위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드라마틱한 장타력 향상 사례 위주로 주목을 받지만, 모든 선수가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라 단정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어뢰 배트 신드롬은 실질적으로 플라시보 효과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뢰 배트 개발자 린하트도 과도한 관심과 기대감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뢰 배트에 대해 드라마틱하게 장타율을 높여주는 마법의 배트로 입소문이 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타자 자신”이라면서 “마법사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법의 배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어뢰 배트는 타격할 때 방망이에 볼이 주로 맞는 부위를 넓고 무겁게 설계한 게 특징이다. AP=연합뉴스



송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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