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책]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저축한 돈에 손대야 할 때, 신용카드 대금이 불어날 때 ‘무일푼’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가난의 수치심 때문에 우리가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가난을 겪어본 사람, 우리에게 굴욕을 주지 않을 사람뿐이다. (…) 에이미는 내가 거리에서 잔돈을 구걸하던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깨달아온 사실을 확인해주는 살아 있는 증거였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은 본인이 가난을 겪어본 사람뿐이라는 사실 말이다.로렌 허프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대부분을 처벌과 굴욕, 고통과 거부를 피하려고 여러 겹의 필터를 쌓으면서 보냈다. 나라는 존재가 잘못되었다는 가르침을 계속 받아왔기에 덜 나답게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임시변통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벨트와 주걱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단언하건대, 따귀는 더 나쁘다. 손바닥이 날아오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귀는 굴욕적이다.” 솔직함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하는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어려서 악명 높은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자라며 세계 여러 곳을 떠돈 저자는 미 공군에 입대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전역을 강요받는다. 이후 홈리스가 되었다가 클럽 기도, 택시 기사, 케이블 기사 등을 전전한다. 광신과 편견, 폭력과 학대, 가난으로 점철된 삶의 기록을 담담하고 위트있게 털어놓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술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2021년 미국 베스트셀러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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