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구 승부, 힘이 쫙 빠졌는데…" 멘탈·제구 다 잡았다, 롯데 '1순위' 잠재력 드디어 폭발하나

롯데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경기 시작부터 11구 승부 끝에 안타 허용. 5회 무사 1,2루에서 스스로 저지른 송구 실책까지. 이전 같았으면 무너졌을 포인트가 몇 장면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좌완 투수 김진욱(23)이 몰라보게 좋아진 멘탈과 제구로 1순위 잠재력을 폭발할 기세다.
김진욱은 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치러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⅓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막고 롯데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신고하며 평균자책점 2.38을 마크했다.
몇 번의 위기를 넘긴 결과였다. 1회 시작부터 한화 1번 타자 황영묵을 상대로 무려 11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뺐다. 1~2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잡고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지만 황영묵은 볼 2개를 골라내며 무려 6번의 파울 커트로 괴롭힌 끝에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김진욱으로선 맥이 빠지는 순간이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 3타자를 땅볼, 삼진,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롯데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선발승 요건이 걸린 5회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무사 1,2루에서 한화 심우준이 초구에 기습 번트를 댔다. 투수 정면으로 굴러온 타구를 잡은 김진욱은 1루로 송구했지만 뒤로 빠지는 실책이 됐다. 그 사이 2루에서 3루로 간 이진영이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이재원도 3루까지 갔다.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진욱의 멘탈은 강했다. 다음 타자 황영묵을 7구 승부 끝에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안치홍을 2구째 높은 직구로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병살타로 이닝을 끝냈다.
두 번의 고비를 침착하게 넘기며 6회 1사까지 책임진 김진욱은 최고 시속 146km, 평균 143km 직구(40개), 슬라이더(38개) 중심으로 커브(10개), 체인지업(4개)을 섞다. 날카로운 직구와 슬라이더가 위력을 떨쳤는데 안정된 제구로 좌우 코너워크를 펼치며 범타와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경기 후 김진욱은 “조금 빨리 첫 승을 신고한 것 같아서 좋다. 중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포수 (유)강남이 형이 잘 이끌어준 덕분에 첫 승을 할 수 있었다”며 “강남이 형은 자신 있는 공을 던져야 안타를 맞아도 후회 없다는 얘기를 항상 많이 한다. 직구, 슬라이더에 자신감을 갖고 던졌다”고 말했다.

롯데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1회 시작부터 황영묵과 11구 승부로 진땀을 뺀 김진욱은 “커트를 너무 많이 하셔서 힘이 쫙 빠지더라. 안타를 맞을 거면 빨리 맞고, 볼넷을 줄거면 빨리 주던지 해야 하는데 (승부가) 안 끝나니까 힘들었다. 좌타자에게 잘 안 던지는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그걸 또 컨택하시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틴 김진욱은 “무사 1,2루 상황이 두 번 있었는데 잘 이겨낸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변화구 컨트롤이 되다 보니 타자들도 조금 헷갈려 하는 것 같다. 강남이 형이 몸쪽 사인을 많이 내서 중요한 순간 병살도 나오고 잘 넘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핵심 포인트는 결국 제구다. 이날도 손에서 빠지는 공들이 몇 개 있었지만 직구, 변화구 모두 몸쪽으로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제구가 살아났기에 가능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에 지명될 때 김진욱의 장점이 높은 오버핸드 투수로서 드물게 정확한 제구력이었다.

롯데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그러나 프로에 와선 이 제구가 흔들렸다. 2023년까지 첫 3년간 128⅔이닝 동안 볼넷 113개로 9이닝당 8.3개를 허용했다. 극악의 제구난을 보였지만 지난해 84⅔이닝 44볼넷(9이닝당 4.7개)로 줄이더니 올해는 이제 2경기이지만 11⅓이닝 5볼넷(9이닝당 4.0개)으로 조금 더 줄였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ABS도 제구 안정에 도움이 된 요소 중 하나.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제구가 안 좋다는 인식이 있는 투수에겐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도 외면했다. 김진욱은 “ABS 영향이 조금 있다고 본다. 반대 투구가 나왔을 때 스트라이크가 볼이 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 편해지지 않았나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바뀐 건 역시 멘탈이다.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무너지던 모습이 사라졌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문학 SSG전도 패전을 안았지만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위기에도 잘 무너지지 않는 힘이 생기며 전체 1순위 잠재력을 마침내 터뜨릴 기세다. 김진욱은 “더 좋은 내용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항상 공 하나하나 열심히 던지는 것이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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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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