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사회공헌의 '넥스트 레벨'을 모색하다
60개 기업·재단 모인 ‘넥스트CSR포럼’
이날 포럼 주제는 ‘Next CSR을 위한 5가지 질문’이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질문들을 미리 선정하고, 전문가들이 각각의 질문에 대해 20분씩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김기룡 한국사회가치평가 대표,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김시원 중앙일보 더버터 편집장 등이 차례로 주제 발표에 나섰다. 2부에서는 1부 발표자들이 참여하는 토론 시간과 기업과 재단 담당자들의 네트워킹 시간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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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해결, ‘기회의 영역’은 어디일까
이날 도 대표는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한국의 사회문제와 사회공헌 사업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분석은 사회공헌 사업을 국민의 관심도와 기업의 활동량에 따라 크게 4개 분야로 구분된다. 먼저 국민 관심은 높지만, 기업의 활동이 적은 분야를 ‘기회의 영역’으로 봤다. 그는 “노인빈곤이나 고령화 문제, 지역 발전 불균형 문제가 기회의 영역에 해당한다”며 “기업들도 사회문제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한다면 사업의 성장, 사회의 지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모두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고민이 가장 깊은 영역은 국민 관심도가 높고 기업 활동도 많은 영역이다. 경쟁사들이 모두 뛰어든 기후위기, 교육 불평등 해소와 같은 주제에서는 차별성을 보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타사와 차별성을 내려면 기업의 고유 자산과 완벽하게 연결해야 하고, 그게 어렵다면 경쟁자 혹은 비경쟁자와 손을 잡고 판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이른바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가 가장 많이 보고되는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도 대표는 “정말 구조가 잘 짜인 사회공헌 사업은 기업 임원의 한마디로 무너지지 않는다”며 “사회문제와 비즈니스가 맞물릴 때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발표자로 나선 김기룡 한국사회가치평가 대표는 ‘임직원 자원봉사, 새로운 방식은 없을까?’라는 주제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 때 임직원 자원봉사 참여율을 80%, 100%로 높이며 경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10~20% 수준으로 추락한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의 고민이 깊다”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4 주요 기업의 사회적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1인당 연간 봉사활동 시간은 2015년 18.6시간에서 2021년 4.0시간으로 급감했고, 2023년 4.2시간으로 소폭 증가했다.
김 대표는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자원봉사 일감 자체가 사회적 일자리 정책으로 줄었고, 팬데믹 이후 단체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변화한 시대 상황에서 전통적인 자원봉사 방식으로는 참여율을 높이고 활동을 확장하기 매우 어렵다”며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자원봉사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직원 자원봉사 활동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주도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아야 합니다. 봉사 일감을 임직원들이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지원하는 겁니다. 그래야 봉사활동의 결과가 명확해지고,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김 대표는 “임직원 주도형 봉사는 과거보다 참여 인원은 적을 것이고 기업 자원에서 더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문화와 임직원 역량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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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공감 얻어야 진정한 변화 생긴다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측정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이다. 많은 자원을 쏟았지만, 임팩트를 측정하면 과소평가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라 교수는 “그간 전략적 사회공헌의 기본 원리에 따라 사회공헌 사업을 해왔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성과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점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들이 시장 기반 관점으로 사회공헌에 접근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디스플레이 업체는 눈과 관련 있으니까 안과 질환을 지원한다는 식이다. 라 교수는 “이른바 업(業) 관련성 사업은 많은데, 기업의 자원과 전문성과 맞물려 돌아가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기업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시장 경쟁력에도 영향을 주고 산업 생태계에도 기여하는 사회공헌 사업이 바람직한 전략적 사회공헌”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김시원 더버터 편집장은 ‘사회공헌 사업, 어떻게 잘 알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김 편집장은 사회공헌 사업을 완성하는 세 가지 요소로 ▶말(커뮤니케이션) ▶생각(전략) ▶행동(실행)을 제시하며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진정한 사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말’만 하고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 기업은 ‘워싱’이라는 비난을 듣게 됩니다. ‘실행’은 하는데 ‘전략’이 없는 기업은 일회성 행사나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사업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전략’도 탄탄하고 ‘실행’도 잘하는데 외부로 사업을 알리는 것에 무관심한 기업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케이스죠.”
김 편집장은 사회공헌 사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공헌 사업의 목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사업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과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사업의 마무리 단계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의 홍보로는 사업에 대해 제대로 알리기가 어렵다”면서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미리 세워놓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또 “사업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부 임직원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내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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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확보하려면 ‘10년 목표’ 설정하라
도현명 대표는 “기업의 역량과 브랜드가 녹아 있는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기업마다 한두 개씩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예산 대비 기업들의 사업 수가 너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연간 100억원을 쓰더라도 1억씩 100개 사업으로 쪼개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며 “기업의 규모와 크기에 맞는 큰 규모 사회공헌 사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라준영 교수는 “사회문제는 사람과 조직이 해결하는 것”이라며 기업 내부에 전문성을 가진 사회공헌 담당자들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NGO·NPO와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파트너들의 역량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협업 방식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룡 대표는 “사회공헌 사업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부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가진 기술·리소스·솔루션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해당 부서들과 논의하며 함께 만드는 시도가 늘어나야 한다”면서 “반면 NPO 등 전문 기관의 파트너십이 필요한 사업은 현장 조직에 완전히 맡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현실적인 조언들도 이어졌다. 도현명 대표는 “국내 사회공헌 사업의 특징 중 하나가 ‘10년 안에 무엇을 달성하겠다’는 식의 목표가 없다는 점”이라며 “정량화된 목표가 없기 때문에 CEO가 교체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기룡 대표는 “CSR 영역이 사회공헌 부서만의 독립적인 활동이 아니라 회사의 모든 부서가 함께 만들어가는 영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준영 교수는 “새로운 것도 좋지만, 원리와 원칙에 충실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가장 좋다”면서 “컬렉티브 임팩트를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사업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시원 더버터 편집장은 “국내 사회공헌 사업이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회공헌 담당자들과 다음 단계를 함께 준비하고자 ‘넥스트CSR포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버터는 ‘넥스트CSR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제2회 포럼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공헌’이라는 주제로 오는 6월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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