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목길에 왜 이리 꽂혔나…구글이 벌인 '3차 지도전쟁'
글로벌 공룡 vs 토종업체 ‘지도 전쟁’
경제+
대한민국 지도를 놓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끈했다. 지난달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에 대해 제한을 유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미국 등 기업에) 경쟁적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것. 구글이 2007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리데이터 해외 반출을 요청한 뒤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점에 나온 일종의 시그널이다. 이미 전 세계 지도 시장을 독식한 구글은 대체 뭐가 아쉬워서 한국 지도에 눈독을 들일까. 여기에 맞서는 한국 ‘맵테크’(map+tech) 회사들의 ‘한 칼’은 뭘까. 지도 위에 펼쳐지는 비즈니스 전쟁의 모든 것을 담았다.
구글의 요청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구글에 따르면 구글 지도에서 자동차·도보 길 찾기가 안 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북한 등 세 나라뿐이다. 그만큼 한국은 관광객들에게 불편한 나라고, 구글 지도의 핵심 기능이 구동되면 한국의 관광 수요도 증가할 거라고 주장한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발표한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구글 지도가 국내서 활성화하면 2027년까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약 680만 명 증가할 거란 예측이 담기기도 했다.

9년 만에 글로벌 공룡이 다시 한반도 지도판에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자 토종 맵테크 강자 네이버·카카오·티맵모빌리티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초 국내 회사들이 모두 참석한 국토지리정보원 간담회에서 “국내 업계는 국내법을 준수하지만, 해외 사업자인 구글이 법적 의무를 다할지 의문”이라는 견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할 정도. 핵심 기능이 모두 빠진 구글 지도는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구글이 한국 고정밀 지리데이터 위에 올라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경쟁자들도 저마다 전략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티맵은 연간 약 67억건씩 발생하는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버티컬(특정 분야) 비즈니스 기회를 노린다. 실시간 교통정보뿐 아니라 최적 경로, 다중 경유지 설정 등 다양한 API(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물류·택배·배달·경찰·소방, 지자체 등에 보급하고 있다. BMW와 벤츠 등 18곳 이상의 자동차 제조사(OEM)에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인포테인먼트 풀 패키지도 공급하고 있다. 박서하 티맵모빌리티 D&I 부사장은 “데이터 기반 기업 간 거래(B2B)를 확대하면서 지난해 기업 고객 수가 전년 대비 23%, API 사용량은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테크 회사들이 지도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첫째로 꼽히는 게 ‘생태계 락인’ 효과다. 네이버 이은실 리더는 “온라인 검색의 모든 것을 네이버 포털이 제공한다면 오프라인 검색의 모든 것은 네이버 지도로 제공하겠다는 게 우리 목표”라며 “네이버 지도가 고도화할수록 스마트 플레이스 검색·예약 채널로 지도가 점점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는 API(프로그램 간 연결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종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고, 독점사업자가 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에서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서비스 대부분에 API를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 등 여타 앱 서비스에 지도가 필요하면 이들 회사의 지도를 가져다 쓴다는 의미다. 두 플랫폼이 당장 API 수익화 고삐를 죄고 있지는 않지만 “한번 특정 지도 API 위에 서비스를 구축하고 나면 다른 API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프롭테크 회사 관계자)는 점에 비춰, 언제든 수익화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놨다. 실제 구글이 2018년 기존의 지도 API 무료 제공량을 대폭 줄이고, 무료 초과분에 대한 비용을 크게 인상하는 등 요금제를 전면 개편하고도 멀쩡히 사업을 키워나간 전례가 있다.
국토 면적이 넓지 않은 특성상 사업 기회가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에 대해 맵 테크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실내 지도라는 새 ‘간척지’(干拓地)가 생겨나고 있어서다. 공항·시장부터 코엑스나 백화점 등 넓고 복잡한 건물 실내 정보를 지도에 구현하는 것. 주요 건물의 실내 편의 시설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층별로 다양한 입점 정보를 소개할 수 있기 때문에 핵심 비즈니스인 스마트플레이스(네이버), 장소 상세 페이지(카카오) 등 광고 시장 저변을 넓힐 수 있다. 이창민 카카오 지도교통데이터 리더는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선 팝업 스토어 등 현실 업데이트 상황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며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복잡한 곳도 이미 구현해놨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구글이 국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면, 그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무기로 지역에 특화된 맞춤 서비스로 승부할 계획이다. 방경화 카카오 장소데이터 리더는 “팬데믹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백신·마스크 재고, 선별진료소 혼잡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구축해 지도 앱에 띄울 수 있는 순발력을 글로벌 서비스가 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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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문상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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