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英 '표현의 자유'에 우려 표시…"무역협상에 연계" 보도도
"낙태반대 운동가 사건 모니터링"…英통상장관 "협상에 포함 안돼"
"낙태반대 운동가 사건 모니터링"…英통상장관 "협상에 포함 안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이 영국 내 '표현의 자유'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데 이어 이 문제를 무역 협상과 연계하려 한다는 영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미·영 관계는 인권과 기본 자유에 대한 상호 존중을 공유한다"며 "그러나 (JD) 밴스 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영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해 우려한다"고 썼다.
밴스 미 부통령은 지난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과 백악관 미·영 정상회담에서 잇달아 영국의 '언론의 자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무부 DRL은 이어 "DRL 고위 보좌관 샘 샘슨이 임신중절 시술소의 완충지대에서 대화를 제안한 혐의로 기소된 리비아 토시치-볼트를 면담했다"면서 "우리는 이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적었다.
1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64세의 은퇴한 의학자이자 낙태 반대 운동가인 토시치-볼트는 2023년 3월 본머스의 한 시술소 인근에서 "원한다면 여기서 이야기해요"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가 공공장소 보호 명령(PSPO)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선고를 앞두고 있다.
PSPO는 지방 정부에 지정구역 내 반사회적 행위를 제한할 권한을 주는 법 규정으로, 임신중절 시술소 인근을 완충지대로 정해 임신부를 괴롭히거나 방해하려는 행위를 제한하는 데도 쓰여 왔다.
토시치-볼트는 벌금 통지서를 받았으나 납부를 거부했으며 인권법에 따라 상호 합의된 대화를 제안할 권리가 있으므로 PSPO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31일 미 국무부 DRL의 성명을 보도하면서 무역 협상에 정통한 한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자유 언론 없이 자유 무역도 없다"는 관점이 양국간 쟁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는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협상을 벌여 왔다.
스타머 정부는 표현의 자유 문제와 관세 협상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조너선 레이놀즈 산업통상장관은 이날 타임스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미 행정부의 다른 사람들이 과거 이에 대해 말한 바 있지만, 내가 참여하는 무역 협상의 일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BBC 라디오에도 표현의 자유가 무역 협상에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면서 이 같은 우려는 무역 협상을 맡은 미국 상무부가 아닌 국무부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미 국무부가 지적한 토시치-볼트 사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시술소 인근 방해 행위를 금지한 관련 법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전임 보수당 정부 때인 2023년 제정된 공공질서법을 통해 임신중절 시술소 150m 이내에서 낙태하려는 사람을 방해하거나 낙태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칙이 도입돼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이다.
총리실은 "정부는 낙태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 여성이 괴롭힘이나 고통을 받지 않고 그렇게 할 권리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 분명하다"며 "그게 이전 정부가 관련 규칙을 발표한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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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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