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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1경원 눈앞인데 땜질 연금개혁…자식들 좀 생각하자" [강찬호의 뉴스메이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 전 여당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이 본 연금개혁안 문제점
경기부지사를 지낸 행정관료 출신인 박수영 의원은 “여야 밀실합의로 ‘개악’이 된 국민연금 개혁안은 내년 1월 1일 발효되니 아직 9개월의 시간이 있다. 김재섭 의원 등 30대 의원 3명을 여야 연금특위에 투입한 만큼 이들이 독소조항을 없애 개혁안을 개선하도록 당정이 최대한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여당 의원 108명 중 절반 넘는 56명이 반대·기권표를 던졌어요. 전례가 없습니다. 이건 아버지가 아들 지갑에서 돈 빼 쓰고, 아들은 굶어 죽어도 모르겠다는 처사예요.”

정부가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3%로 각각 올리는 골자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1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했다. 이 장면을 누구보다 착잡하게 지켜본 이가 있다.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에서 사퇴한 박수영 의원(재선, 부산 남구)이다. 그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짭짤한 보직을 스스로 그만둔 박 의원을 그의 국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소득대체율 3%p나 올려 연금 고갈 불 보듯
지도부, 특위 의견 무시하고 야당과 ‘밀실합의’
청년들 불안감 엄청나, 지금이라도 수정 마땅
민주당, 민노총 구성원 대신 국민 생각해야”

지도부 “억울하면 네가 대표해”

Q : 사퇴라는 극약처방을 할 만큼 절박했나요.
A : “특위 위원들을 매주 모아 학자들 초청해 3시간씩 12번에 걸쳐 36시간을 공부했어요. 국회에서 국민연금을 가장 잘 아는 조직이 됐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 지도부에 보고했는데 깡그리 무시하고 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주장 판박이나 다름없는 안에 합의해준 거예요. 피가 거꾸로 솟는 심경에서 사표를 던졌습니다.”


Q :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입니까.
A : “이건 ‘청년세대 착취법’입니다.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고정해도 연금 고갈을 못 피하는데 이걸 43%로 올린 데다 자동조정장치마저 뺐으니 재정 파탄이 불 보듯 합니다. 민주당에 ‘여야가 특위를 만들어 한두 달이라도 공부한 뒤 결론을 내자’고 촉구했는데 그들은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자’는 말만 반복했어요. 그런 안을 발의한 의원이 3명이나 돼요.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45%를 주장했어요. 민노총 주장과 똑같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갖은 고생 끝에 40%로 내린 소득대체율을 민주당이 올리는 데 앞장섰으니 노 대통령이 하늘에서 뭐라고 할까요. 여론이 좋지 않으니 민주당이 결국은 43%로 내렸지만, 그밖엔 민노총 주장을 죄다 받아줬어요. 기금이 고갈되면 정부가 세금으로 메꾸라는 요구를 받아준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부가 메꿔주면 연금 개혁을 할 이유가 없어져요. 연금공단은 보험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점에서 사회주의나 다름없는 조직이 돼 버리는 거죠. 이러면 정부 재정이 엄청나게 들어갈 겁니다.”


Q : 어느 정도인가요.
A : “장기적으로는 ‘경’ 단위가 될 거라고 해요. 당장 지금 적자만 3000조원에 달합니다. 국민 한명 한명이 연금을 받다 어느 나이에 숨진다고 가정하면, 그때까지 받을 돈의 총액(충당 부채)이 그 정도 돼요. 이걸 정부가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5번 넘게 지도부에 보고했고, 의총에서 15분 특강까지 했어요.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여요. 그러니까 표결에서 그 많은 의원이 반대나 기권표를 던진 거예요.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항인데 여야를 떠나 84명이 반대나 기권한 건 초유의 일입니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담은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77인 중 찬성 193인, 반대 40인, 기권 44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Q : 지도부 반응은 어땠나요.
A : “지난달 21일이었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자동조정장치 수용 거부’를 선언했기에 합의가 될 리 없다고 여겼는데 오후 2시에 열기로 한 본회의가 돌연 2시간 연기되더군요. 이 사이에 양당 지도부가 몰래 만나 전격 합의한 거죠. 국회의장도, 양당 원내대표도 광을 내고 싶었는지 밀실 합의를 한 거예요. 지도부에 항의하니 ‘당신이 3선 의원 돼 원내대표 되면 바꿔라’고 하는 거예요. 기가 막혔죠.”


Q :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A : “양당이 합의했으니 거부권 행사는 반대합니다. 내년 1월 1일 발효까지 남은 9개월 동안 변화를 끌어내려고 조만간 출범할 국회 연금특위에 3040 의원들을 투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여당 특위 위원 6명 중 절반인 3명이 김재섭·이용태·우재준 등 개혁안에 반대한 30대 의원들이죠. 반면 민주당은 특위 위원 7명 중 30대 의원이 1명뿐인 데다 기권한 의원 1명 빼면 6명 모두 찬성한 이들이에요. 이걸 보면 민주당은 위원회 시늉만 하다가 접으려 할 겁니다. 21대 국회 때도 연금특위 19개월 끌다가 빈손으로 끝냈거든요.”

청년들 “여당 믿었는데 지지 철회”

Q : 민주당이 왜 청년을 위한 연금개혁에 소극적일까요.
A : “청년들은 ‘아버지가 아들 지갑 뜯어가는 악법’이라고 난리에요. 힘들게 번 돈 연금으로 냈다가 나중에 못 받을 거란 불안감이 엄청나요. ‘국민연금 청년 행동’이란 청년 단체가 있는데, 국회에서 내 주선으로 4번이나 기자회견을 하면서 현행 연금체계의 문제점을 똑 부러지게 짚더군요. 그런데도 여야 지도부가 개혁안을 전격 통과시키니까 이 똑똑한 청년들이 ‘여당에 실낱같은 기대를 했는데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해 안타까웠죠.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은 2056년 바닥납니다. 개정해도 8년 더 연명할 뿐이에요. 지금 20~24세 청년들은 지급연령인 65세가 돼도 못 받는다는 얘기죠. 국민연금은 장기간 고액 봉급 받은 이들이 절대 유리해요. 민노총 구성원들은 공공기관·대기업 소속이라 월급이 많고 가입 기간도 길지만,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들은 보수가 낮고 이직도 심하니 받게 될 연금은 훨씬 적어요. 그런데 민주당의 주 고객은 2030 세대가 아니라, 민노총이니 그들에 유리한 연금 개혁안을 미는 거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크게 기여한 게 민노총 아닙니까? 그러니 그들 주장하는 대로 들어주는 거라고 봅니다. 일례로, 내는 사람은 매년 0.5%포인트씩 8년간 올려 내게 되는데 받는 사람은 내년부터 바로 43%를 받는단 말이에요.”
연금개혁청년행동 손영광 대표 등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대체율 인상과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등 여야가 합의한 연금개혁안을 규탄하고 있다. 뉴스1


Q : 타개책은 뭘까요.
A : “연금은 지속 가능성이 우선이에요. 민주당은 은퇴자들이 국민연금에서 기존소득의 절반을 받으면 생활이 된다면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자는 입장입니다. 그러려면 정부 지출이나 직장인들의 부담이 엄청나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대신 국민연금에선 기존소득의 40%만 충당하고 퇴직·개인연금에서 각각 10%씩 충당해 직장 다닐 때 소득의 60%를 은퇴 이후 지급받는 방안을 추진해야 합니다.”


Q :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활용방안을 설명해주신다면.
A : “퇴직연금은 고용주가 부담하는데, 직장인이 퇴직할 때 목돈으로 받는 방식이라 체불되기 일쑤였어요. 따라서 퇴직연금도 직장인 재직 시 매달 은행에 적립하게 유도하고, 퇴직 후 연금 형태로 받아가도록 법제화해야 합니다. 고용주에게 세금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면 실현이 가능해요. 개인연금도 세금 혜택으로 가입을 유도하면 수익이 나오니 선순환이 가능합니다. 금융위원회와 논의했는데, 긍정적이에요. 여기다 기초연금까지 총 4개의 ‘우산’을 만들면 정부 부담은 적어지고 국민의 은퇴 후 연금은 늘어나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됩니다.”


Q : 기초연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소득 하위 70%에 기초연금을 똑같이 줄 필요가 없어요. 정말 힘든 분들은 소득 하위 25% 밑의 ‘상대적 빈곤층’이죠. 고령층이 많고 극단적 선택 비율도 높아요. 이들에게 더 많이 주는 역진적 구조로 기초연금을 개선해야 하는데 표 떨어질까 봐 건드리지 않고 있어요. 이러면 그 부담이 죄다 다음 세대에 지워집니다.”

‘친구야, 단식 그만해’, 최상목의 만류
박 의원은 지난달 2~6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면서 단식 농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단식까지 할 만큼 절박한 문제였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 후보는 여야 합의 몫인데 야당이 일방적으로 뽑은 인사이니 절대 임명돼선 안 된다고 봤어요. 한데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당시)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하길래 당초엔 여당 의원 전원이 하루씩 릴레이 단식을 하기로 했어요. 내가 첫 번째로 나서겠다고 했는데 언론이 ‘하루 단식은 웰빙 다이어트’라고 비판하니까 의원들이 ‘욕먹을 바에 하지 말자’고 접더군요. 그런데 지난달 1일 ‘최 대행이 4일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를 지명할 것’이란 소문이 돌길래 2일 아침부터 홀로 단식에 돌입했죠. 최 대행은 서울대 법대 82학번과 행시 29회 동기로 43년 지기란 점이 의무감으로 작용했어요. 사흘 연속 단식을 이어갔더니 최 대행이 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 임명을 보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튿날엔 최 대행이 내게 사람을 보내 ‘수영아, 마 후보 임명 안 할 테니 단식 끊어라’고 호소하더군요. 또 존경하는 중학교 은사가 ‘살아서 싸워야지’란 문자도 보내주셨길래 ‘이만하면 뜻을 이뤘다’고 판단해 나흘 만에 단식을 중단했죠.”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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