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핵 정국 노리는 폭력·테러 대비 충분한가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선고(오는 4일)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찬탄파’와 ‘반탄파’의 집회가 거칠어졌다.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고 국회의원에게 계란을 투척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급기야 정치 갈등을 틈타 주요 정치인과 법관에 대한 ‘협박성 공격 예고’도 잇따르고 있다.
헌재 선고 늦자 폭력 우려 커져
테러방지법의 테러 개념 협소해
테러행위에 가중처벌 조항 필요
테러방지법의 테러 개념 협소해
테러행위에 가중처벌 조항 필요

경찰은 기동대를 대규모로 투입해 두 정치 진영의 집회와 시위 군중을 분리하거나 필요할 경우 강제 해산하고 있다. 충돌 우려가 높은 헌재 주변에 차벽을 빈틈없이 세워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일반 시민의 통행 불편과 자영업 등 민생에 끼칠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탄핵 사건을 맡은 헌재 재판관이나 민감한 정치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의 신변 안전을 위해 경호팀을 배치하는 등 안전 관리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검·경은 불법 행위자들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신속하게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아울러 이참에 테러 위협을 규제하는 법 제도를 완비할 것을 제안한다. 탄핵 심판 인용으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흉기와 인화 물질을 갖고 난동을 피울 것이라는 글을 SNS에 올린 30대 청년에게 형법 제116조의 2에 규정된 ‘공중협박’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최근 수원지법에서 기각됐다. 구속의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기각 사유였다.
공중협박죄는 지난 2023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과 서울 신림역 살인 사건 등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중을 대상으로 한 협박 사건이 이어지자 현행 형법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신설된 죄목이다. 그런데 이번에 첫 구속영장이 기각됐으니 경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검토해 수사 방향을 점검하고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2016년 제정된 테러방지법의 문제점도 보완해야 한다. 현행법을 보면 테러의 개념이 협소하다. 미국과 유럽은 테러의 개념과 행위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형법은 폭탄이나 독극물 테러는 물론이고, ‘대중의 공포를 유발할 의도로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행위’도 테러로 본다. 영국의 대테러법은 정치·종교·이념적 대의 추구의 목적을 가진 테러 외에 ‘정부에 영향을 주거나 공중 또는 공중의 일부에 대한 협박’도 테러로 규정한다.
하지만 한국의 현행 테러방지법은 공중 협박의 목적을 ‘초과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어, 목적범이란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테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이나 안전에 대한 무차별적 위협을 테러의 정의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테러 해당 여부를 규명하는 판단 체계도 미비하다. 이 때문에 테러 의심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관계 기관들이 테러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테러 방지 대신 일반형사법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조속히 테러 해당성 판단 절차와 공표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테러방지법 제9조는 대테러 조사 및 테러 위험인물 추적에 관해 명시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일반적·추상적이다. 시행령엔 관련 규정이 없다. 그렇다 보니 대테러 조사가 행정조사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어 테러 예방에 한계가 있다. 테러 혐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구체적인 실행 절차와 수단·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강제력 행사도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선진국처럼 가중처벌적 성격이 담긴 별도의 테러행위 처벌 근거와 함께 테러선동죄도 신설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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