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기후 변화 때문에 와인이 독해졌다고?

와인바에서 요즘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에 맛있었던 포도주가 입맛에 안 맞게 됐다고 했더니, 실제로 요즘 포도주 맛이 조금 변했다는 말을 해 주었다. 전반적으로 도수가 높아지고 있다는데, 놀랍게도 그것이 기후 변화 때문이란다. 최근 온난화 현상 때문에 포도 재배지들의 평균 기온이 올라갔는데, 이 때문에 포도의 당도가 높아진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갑자기 기후 변화의 문제가 내 옆에 성큼 다가온 것 같은 기분에 소름이 돋았다.

심리적 거리가 먼 사건들에 대해서는 대상을 ‘왜?’의 차원에서 바라봐, 본질적인 목적·가치·이념 같은 핵심 의미에 집중하는 추상적인 사고를 하고, 반면에 수단·절차 등에 초점을 맞추는 구체적인 사고로 발전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기후 변화 위기 인식을 실질적인 환경 보호 행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와 나의 심리적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다. 애주가인 내가 포도주를 통해 기후 변화를 체감했듯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근접화), 나와 관련된(개인화), 구체적(구체화)인 사례를 통해 설명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며칠 뒤면 식목일이다. 예전같이 휴일도 아니고 곳곳에서 나무 심기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나무 심으러 갈 것 같진 않지만, 쓰레기 분리수거와 1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를 심어보려 한다. 푸른 지구 포에버!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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