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멜버른 플라워쇼에서

인파를 예상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들어서자마자 너른 정원을 가득 채운 사업체들의 부스가 보였다. 각각의 부스에서는 정원에 필요한 도구·용품들이 눈길을 자극하고, 건물 안에서도 정원생활자를 유혹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그간 수많은 국제 플라워쇼를 찾아다녔지만 이번 멜버른 플라워쇼는 매우 신선했다. 그 이유는 바로 플라워쇼의 주인공이 ‘호주 자생식물’이기 때문이었다.

호주 식물의 특징은 ‘가뭄에 적응한 식물’이라는 점이다. 잎은 가늘고 좁아진 데다 가시가 생겨나고, 가죽처럼 빳빳하고 두툼해졌다. 몸통이 병 모양으로 부풀고, 키 낮은 덤불의 형태로도 바뀌었다. 물을 최소한으로 쓰고, 저장하기 위함이었다.
식물들에겐 가뭄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다. 죽음의 기후를 이겨내고 끝내 살아남은 호주의 식물들. 유칼립투스·캥거루의발톱·뱅크샤…. 낯설지만 아름다운 자생식물이 가득했다. 강해서 살아남고, 풍요로워 강해진 것이 아니라, 죽을 만큼 힘들게 살아내었기에 아름답고, 강해졌다.
플라워쇼에서 돌아오니 이제야 산불이 진화된 듯싶다. 산불은 꺼졌지만 그 고통이 얼마나 갈런지. 다시 또 살아남아 강하고 아름다워지자고 응원을 보낸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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