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8나노급 공정” 삼성전자 “HBM4 내재화”…파운드리 경쟁 가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만 TSMC의 독주 속에 인텔은 첨단 공정을 앞세워 귀환을 준비 중이고, 시장 3~5위권 기업들의 인수합병설 등 후발 주자들의 합종연횡도 치열하다. 시장 2위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의 협력을 강화해 반전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의 새로운 수장인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인텔 비전’ 콘퍼런스를 열고 “인텔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최고의 파운드리 구축에도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업계 최첨단인 1.8나노급(18옹스트롬, 18A) 공정의 양산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는 “18A 공정을 적용한 중앙처리장치(CPU) 제품이 하반기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수율을 갖춘 선단 공정은 3나노(㎚·1㎚=10억분의 1m) 수준이다. 탄 CEO는 “매주 기술진과 함께 공정 개선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며 “(18A보다 더 미세 공정인) 14A 공정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 10위권인 인텔은 첨단 공정으로 2030년까지 삼성을 제치고 2위에 오르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대만 UMC의 합병 가능성도 변수다. 지난달 31일 닛케이와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두 기업이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 파운드리 시장은 2위 삼성전자(11%)에 이어 글로벌파운드리, UMC, 중국 SMIC가 각각 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글로벌파운드리와 UMC가 합병할 경우 삼성의 점유율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두 회사 모두 12나노 이하 레거시 공정에 주력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첨단 공정을 두고 직접 경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2나노부터 65나노까지 폭넓은 공정 라인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의 매출 일부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을 파운드리 사업과 결합해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HBM3E(5세대)에서 HBM4(6세대)로 전환되는 시점을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HBM4부터는 쌓아 올린 D램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베이스(로직) 다이 제작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HBM3E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크게 증가하는 만큼 연산 기능을 높인 베이스 다이를 만들기 위해선 초미세 공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체는 HBM4 생산 과정에서 일부 공정을 파운드리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를 통해 HBM4 베이스 다이 생산을 내재화할 수 있다. 앞서 주주총회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메모리, 로직(설계),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두 사업부가 본격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한다는 건 매우 큰 강점이지만 그동안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며 “기술 경쟁력을 회복해 HBM4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면 파운드리 사업부의 시장 입지도 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가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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