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 조합으로 치팅한 다음날, 부종과 독소 빼려면 '이것' [쿠킹]
자잘하게 아픈 게 일상일 때, 또는 크게 아픈 후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이때의 문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영양사 경력 20년이 넘는 전문가도 이런 악순환에서 빠지며 염증 수치는 제자리로, 체중은 20㎏ 감량한 정성희 소장은 아픈 후에야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하죠. 건강관리에 진심인 영양사가 ‘애정’하는 식재료는 어떤 것들일까요.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BNCL)’의 정성희 소장이 치열하게 겪은 경험담입니다. 스스로 임상 실험하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COOKING〈나를 바꾸는 음식〉에서 확인해보세요.나를 바꾸는 음식 ⑨ 미나리

왜 봄에 더 피곤할까?
내게 있어, 봄철의 부종은 다른 때 보다 몇 배는 힘이 세다. 인도의 전통의학 체계 아유르베다에 따르면 봄은 ‘카파’가 우세한 계절이다. 카파는 조직을 구성하고 무겁고 머무르며 쌓는 성질이 있다. 생명을 예로 든다면, 카파는 체조직을 구성하며 힘을 쓸 수 있도록 단단히 쌓아 성장하는 에너지를 키운다. 봄에 식물이 싹을 틔우는 것처럼, 모든 생명이 성장하도록 에너지를 키우는 게 카파의 역할이다.
내 체질 역시 ‘카파’다. 그런데 카파는 단단히 쌓아 에너지를 키우는 동시에 끈적하며 머무르는 성질도 가진다. 때문에, 애석하게도 쉽게 살찌는 경향이 있다. 또 몸에 부종이나 염증이 생겨도 배출이 쉽지 않다. 이런 내 체질과 봄이 맞물리면 몸이 더 고단해진다. 날이 따뜻해지면, 카파가 온몸에 퍼지며 시너지를 폭발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 몸이 날씨에 적응하지 못했단 점이다. 따라서 몸이 붓고 피로가 쉽게 풀리질 않으며 잠이 부족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몸이 무거우면 만사가 귀찮아진다. 몸의 부종은 마음에도 연쇄반응을 일으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쪽으로 기운다. 카파가 불균형해 지면 나타나는 성질, 즉 무겁고 머무르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다. 타고나길 이런 체질에 봄날의 따스함까지 더해지면 무력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건 정말 순식간의 일이다.
면역력 증진하고, 부종 줄여주는 ‘미나리’

나를 곱절로 무겁게 만드는 이 계절에, 내가 ‘애정’하는 식재료는 바로 ‘미나리’다. 미나리에 포함된 비타민 A와 C는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를 보호하고 피부 건강과 면역력 증진, 그리고 간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또 미나리가 함유한 철분과 엽산은 혈액 순환과 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미네랄이며, 칼슘은 근육과 신경 기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미나리는 섬유질도 풍부하다. 섬유질은 소화를 촉진하고 장의 배설 작용을 도와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부종을 줄이는데도 미나리만한 게 없다. 미나리의 칼륨이 체내의 잉여 수분과 나트륨을 조절해 부종을 줄이는 일을 돕기 때문이다. 그리고 엽록소를 포함한 녹색 채소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간의 대사를 돕고 체내 pH를 조절해 산성화되기 쉬운 몸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시원하고 가벼운 성질의 봄나물
아유르베다에는 ‘도샤’란 말이 있다.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지점을 뜻한다. 또, 건강관리에 있어 균형을 잃기 쉬운 성질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하는데, 그 명칭을 ‘도샤’라고도 한다. 개인이 우세하게 타고나는 도샤가 바로 나의 ‘체질’이기도 하다. 개인의 체질에 균형을 줄 수 있는 음식과 활동 등을 이어가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단 것이 아유르베다의 핵심 철학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살이 찌기 쉬운 ‘카파 도샤’다. 반면, 미나리는 시원하고 가볍다. 미나리만이 아니라 봄에 나오는 나물은 ‘바타 도샤’의 성질을 가진 게 많다. 바타는 차갑고, 건조하며 움직임이 있다. 아유르베다에서는 ‘미나리의 쓴맛과 시원한 성질이 정신적으로 안정을 주고 혈액을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미나리에 포함된 정유 성분인 쿠마린(Coumarin)이 가진 항염 및 항산화 작용과 진정 효과, 그리고 칼륨이 체내 알칼리성화를 도와주는 역할과 맥락이 유사하다.
살찌기 쉬운 나의 체질 ‘카파’에 가벼움과 움직임을 줘서 균형을 유지해줄 수 있는 채소가 바로 ‘미나리’다. 특히 봄은 내 체질의 특징이 더 강해지는 시기라, 해독과 배출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물기 가득 머금은 향긋한 미나리를 매주 박스째로 주문해, 여름이 오기 전까지 신나게 지지고 볶아서 먹는 이유기도 하다.
달고 짜게 먹은 다음 날, 미나리즙으로 해독

대구지리나 소고기 전골을 할 때도 봄 미나리 한 단을 통째로 씻어서 데친 다음 함께 먹는다. 레몬·양파·연겨자·다시마 물·간장·참기름을 섞은 소스에 데친 미나리를 찍어서 먹다 보면, 미나리 한 단이 정말 순식간에 없어진다. 전골만이 아니라, 고기가 메인인 음식에도 데친 미나리는 참 잘 어울린다. 특유의 향긋함도 좋지만, 밥상의 균형 역시 조화로운 느낌이다.
미나리에 청양고추를 다져 넣고, 통밀 반죽을 연하게 한 다음, 강황 가루를 조금 넣어서 미나리 전을 부쳐 먹어도 맛있다. 바쁘고 여유가 없는 날이라 빠르고 간편하게 먹고 싶을 땐, 미나리를 쫑쫑 썰어서 간장·참기름을 붓고 계란프라이를 하나 올려서 밥과 함께 쓱싹 비벼 먹으면 된다. 맛은 물론이고, 어느새 소화가 쑥 되어 몸마저 가볍다.
정성희 영양사 [email protected]
정성희([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