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으론 살던 집 못 지어"…산불이 지방소멸 부채질하나

━
“군 생활 빼고 80년 가까이 산 곳인데…”
중태마을 주민 정모(82)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 철골 구조에 슬래브 지붕을 얹은 67㎡(20.3평) 면적의 단층 주택인 정씨 집은 불길에 철골은 휘고 지붕이 내려앉았다. 그는 “50년대엔 초가집, 새마을운동 하던 60년대엔 슬레이트집, 90년대엔 함석집, 2013년엔 20평 슬래브 집으로 바꿨지만, 집터는 그대로였다”면서 “32개월 군 생활 빼곤 평생 살았던 곳”이라며 착잡해 했다. 이어 “불탄 것을 빨리 군에서 치워줘야 거기에 텐트이든 컨테이너이든 설치하고, 논·밭에서 고사리가 나면 그걸로라도 먹고살지”라고 했다.

━
큰 불 껐지만…여전히 피난 중
이에 정부·지자체는 우선 임시 조립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단 계획이다. 집을 새로 짓는 비용 등도 지원한다. 현행법상 피해 주택 상태가 개축하거나 수리하지 않으면 다시 살 수 없는 ‘전파’ 또는 ‘반파’의 경우, 주택 규모에 따라 가구당 2000만~3600만원(전파), 1000만~1800만원(반파)을 지원한다. 재해복구자금도 1.5% 이자로 최대 1억36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한다. 전파 기준, 이재민은 1억5000여만원~1억7000여만원을 융통할 수 있단 얘기다.

━
“정부 지원 부족해…원래 집 짓는데 10억인데”
원래 191㎡(58평) 2층 규모의 전원주택에서 살던 최모(45·여)씨는 현재 23.1㎡(7평) 크기의 임시 조립주택 2동에서 거주 중이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최씨는 “기존 대출이 있는 데다 건축비가 올라 보상금으로 집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래 집(58평 규모)을 지으려면 10억이 든다. 언제까지 조립주택에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최양훈 강릉산불 비상대책위원장은 “재난지원금·성금으로 다시 집 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포기한 분들이 꽤 있다”며 “이번 산불에 정부·지자체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
“집 짓기 포기↑…지방소멸 가속화 우려”
이 지사는 지난 30일 ‘산불 피해 후속 조치 브리핑’에서 “피해 주민들이 많지 않은 지원금으로 집을 짓는 데 망설이고 있다”며 “2022년 울진 산불 피해 당시에도 80세 이상 주민들은 집을 안 짓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불탄 집은 집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안대훈.김정석.박진호([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