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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연신내 문고도 폐업…이 와중에 단골 몰리는 책방 뜬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연신내문고 입구에 지난 31일 영업 종료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은평구의 대표적인 종합서점인 연신내문고는 2000년 문을 열었다. 전율 기자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25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연신내문고’가 지난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496㎡(약 150평) 규모의 연신내문고는 은평구의 대표적 종합서점이었다.

폐업을 앞둔 연신내문고를 찾은 주민들은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 사라져 속상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앳된 초등학생부터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어르신이 연신내문고를 방문했다. 철학책을 읽던 한 중년 남성은 노트에 빼곡히 메모했고,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은 엽서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의자에 앉아 영어 회화책을 읽던 박윤경(43)씨는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근처를 지나갈 때면 꼭 들어와 머물던 공간이었다”며 “몇 시간이고 자유롭게 책을 구경할 수 있던 곳인데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동네 친구 2명과 함께 방문한 60대 윤모씨는 “서른이 넘은 우리 아들이 중학생 때부터 드나들던 곳이라 너무 잘 아는 공간”이라며 “아들이 항상 여기서 참고서를 산다고 드나들었는데, 문 닫기 전에 친구들과 찾아와봤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연신내문고를 찾은 한 여성이 책을 읽고 있다. 전율 기자

탁무권 연신내문고 대표는 “지역 대표 서점을 운영한다는 보람과 자부심으로 5년 동안 이어진 적자를 버티면서 운영해왔으나 한계에 부딪혔다”며 “폐업 소식에 서점을 찾아 눈물을 흘리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탁 대표는 “서점은 책을 파는 상점이기도 하면서 문화적 공간 역할도 한다”며 “종합서점 하나가 없어진다는 건 우리네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없어진다는 의미라 속상하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지역 서점이 셔터를 내리는 풍경은 더는 낯설지 않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2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 수는 2005년 3429개에서 2024년 2484개로 약 28% 줄었다. 지역 서점의 쇠퇴는 ▶적은 이윤 ▶대형·온라인 서점 중심의 유통 구조 ▶임대료 상승 ▶대학가 상권의 몰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서점을 거점으로 북 토크 등을 기획하는 식으로 공적 지원을 늘렸지만, 거대한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서점 '풀무질'에서 새단장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 풀무질 제공

이런 상황에서도 기존 서점 경영 방식을 탈피해 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하는 지역 책방들이 등장하고 있다. 1986년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 시작한 ‘풀무질’이 대표 사례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풀무질을 2019년 인수한 전범선 전 대표는 경험과 가치를 향유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었다. 천편일률적 도서 배치를 지양했다. 대신 동물권, 성소수자 등 특정 주제에 관심 갖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책을 큐레이션했다. ‘모심’이란 이름의 독서 모임과 북 토크 및 공연도 매달 개최해 단골을 확보했다.

풀무질은 지난해에는 MZ세대가 모이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동물해방물결이 인수한 이 서점은 40여 명의 정기후원 회원도 확보했다. 이지연 풀무질 대표는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사려고 책방을 찾지 않는다”라며 “배움을 위해 책방을 찾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소규모 서점이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운영 중인 '책바'의 정인성 대표(39)가 서가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오픈한 책바는 책과 술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성업 중이다. 전율 기자

서점과 주점의 경계가 흐릿한 공간도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책바’는 책을 읽으면서 술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다. 2015년 오픈해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인성(39) 책바 대표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카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에 책을 위한 더 좋은 공간이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이익은 10~20%밖에 되지 않아 책 판매만으론 운영이 어렵다”며 “칵테일도 즐길 수 있고, 책 빌보드 차트 등 손님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트를 내놓으면서 특별함을 더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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