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아닌 퍼터로, 장타자 이민우 랭킹 1위 셰플러 꺾고 우승

4타 차 선두로 시작했고 13번 홀까지 버디만 4개를 잡은 이민우의 다소 싱거운 우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앞 조에서 경기한 셰플러가 13번 홀부터 3개홀 연속 버디를 하면서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다. 그래도 여유가 있었다.
16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이민우는 3타 앞섰다. 16번 홀은 531야드로 비교적 짧은 파5지만 페어웨이 왼쪽과 그린 앞에 호수가 있다. 이민우의 티샷이 오른쪽 물에 빠져버렸다. 티잉그라운드에서 세 번째 샷을 해야 했다. 이 때 앞 조에서 셰플러는 또 버디를 했다. 타수 차는 2로 줄었다.
이민우는 네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물을 의식해서인지 안전하게 뒤쪽으로 올렸다. 2퍼트로 보기. 2라운드 10번 홀 이후 30홀 만에 나온 보기다. 가장 쉬운 홀에서 나온 보기라 더 아쉬웠다. 타수 차는 1이 됐다. 이민우의 얼굴이 상기됐다.
이민우는 물이 있는 파4 17번 홀에서 매우 안전하게 미들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그린을 놓쳤지만 퍼트로 파를 했다. 마지막 홀에서는 티샷을 346야드 쳤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가장 멀리 친 샷이었다. 그러나 러프였다. 177야드를 남기고 친 아이언샷은 그린을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퍼터가 그를 살렸다. 그린 주변 18m에서 퍼터로 홀에 붙여 승리를 확정했다.

이민우는 2주 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가 78타를 치며 물러났고 결국 공동 20위로 끝냈다. 2023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일에도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당시 상대가 셰플러였다. 이민우는 4타를 잃어 공동 6위로 밀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리드를 잘 지켰다. 특히 세계랭킹 1, 2위 셰플러와 로리 매킬로이의 추격을 뿌리친 우승이어서 더 뜻 깊다. 공에 흙이 묻은 4번홀, 볼이 덤블 아래로 들어간 8번 홀 등 몇 차례 위기를 잘 넘겼다.
이민우는 별명이 ‘거리 왕(distance king)’이다. 183cm 75kg로 호리호리한데 놀라운 장타를 친다. 이번 시즌 평균 거리는 315.8야드로 3위이며 원하면 330야드를 쉽게 넘겼다. 지난해 7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선 피칭 웨지로 225야드를 보냈다. 뒷바람이었고 런도 많았지만 친 클럽이 피칭 웨지가 맞느냐고 화제가 됐다.
특히 티샷 볼 속도가 빠르다. 시속 194마일이 자주 나왔다. 셰플러에 비해 시속 15마일, 로리 매킬로이에 비해서도 5마일 정도 빨랐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몸을 헐크로 만들어 있는 힘을 다해 내던 속도를 이민우는 호리호리한 몸으로 해냈다.
그러나 PGA 투어 기록에 의하면 이민우가 제일 잘 치는 건 드라이버가 아니다. 드라이버를 멀리 치는 선수는 드라이버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본다. 타수 득실(SG) 기록에서 티샷 순위는 81위에 불과하다.
기록상으로 봤을 때 이민우의 최고 강점은 쇼트게임이다. 그린 주변 샷이 9위, 퍼트는 15위다. 그린 주변 쇼트게임을 잘 하는 선수도 있고, 퍼트를 잘 하는 선수도 있지만 둘 다 잘 하는 선수는 드물다.
이번 대회에서 이민우가 드라이버로는 점수를 잃었다. –0.2타다. 반면 퍼트로는 9타, 아이언으로는 4타, 그린 주위에서 2타를 벌였다.
LPGA 투어에서 메이저 2승 포함 8승을 한 이민지가 그의 누나다. 넷플릭스 풀스윙에 의하면 이민지는 어릴 때부터 연습을 열심히 했으나 이민우는 그렇지 않았다. 천재형 선수다.
이민우는 “골프는 긴 바지를 입어야 하는 노인들의 지루한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축구, 호주식 풋볼, 헬스를 하며 보냈다”고 했다. 결국 그게 상체와 하체의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15살 때 골프 재미를 알게 됐는데 그 재미는 멀리 치는 재미였다. 그렇게 손꼽히는 장타자가 됐다.
이민우는 지난해 PGA 투어에 입성했다. 쇼맨십이 좋아 틱톡 등 SNS 팔로워가 많다. 타이거 우즈가 만든 스크린 골프리크 TGL 선수로도 뽑혔다. 거기서도 최고 장타 기록을 세웠다.
셰플러와 매킬로이는 우승을 놓쳤지만 열흘 앞으로 다가온 첫 메이저를 위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셰플러는 19언더파 공동 2위, 매킬로이는 15언더파 공동 6위다.
휴스턴=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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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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