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은 껐지만, 참담한 현장...정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곶감 농사와 양봉을 하던 집주인 김모(60대)씨는 “다 타버렸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막막하다”며 “어떻게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나”고 답답해했다. “지금 (감나무에) 거름도 주고, 나뭇가지도 자르고 다듬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던 김씨는 “벌통도 절반이 불탔다”고 혼잣말을 했다.


사정은 경북도 비슷했다.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산불이 지나간 5개 지역 중 가장 시설물 피해가 많은 안동시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안동시 임하면복지센터 맞은편 동안동농협 임하지점은 폭격을 맞은 듯 건물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있고 내부가 새카맣게 탄 모습이었다. 농협 건물 뒤편 마을에도 멀쩡한 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회도 창문이 깨졌고, 비닐하우스도 불길에 비닐이 녹아내려 뼈대만 남아 있었다. 마을 초입의 한 주택은 지붕만 남기고 폭삭 내려앉았다. 경북에서만 이번 산불로 주택 3369곳이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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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주불 진화엔 213시간 34분 걸려...역대 두 번째로 긴 산불
불은 껐지만, 화마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산불영향구역은 총 4만8239ha에 이른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의 약 80%에 달한다. 주택 3000여 동, 농업시설 2000여 건이 전소했고, 국가유산 피해도 30건에 달한다. 또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모두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단 산불 진화는 완료했지만, 경계를 늦추기엔 이른 상황이다. 중대본 측은 "건조한 대기 상황과 바람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잔불 처리와 뒷불 감시는 진화대원과 헬기를 동원해 이어갈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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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중앙합동피해조사단 가동할 것"
고기동 중대본부장은 “산불로 삶의 터전을 상실한 이재민의 조속한 일상회복과 피해복구를 위해 최고 수준의 지원을 추진하겠다”며 "관련 부처와 지자체는 추가산불 방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산불 발생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안대훈.김정석.김민주.김하나(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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