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 줄 알았는데…"접촉 땐 90% 감염" 베트남發 홍역 비상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국내에 23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해외에서 걸려온 사람이 15명인데, 이 중 베트남에서 걸려온 환자가 14명(우즈베키스탄인 1명)이다. 나머지 8명의 대부분은 베트남에서 감염돼 온 사람이 국내에서 옮긴 사례이다. 지난해 49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베트남에서 걸려온 사람은 2명뿐이었다.
올해 지방의 한 병원에서는 베트남 여행객 환자가 입원한 후 같은 병실 환자와 간호사 등 약 5명이 감염됐다.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질병청은 홍역 환자가 발생하면 홍역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인해 베트남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대조해 확인한다.
베트남에서 감염돼 온 홍역 환자는 7개월 영아에서 50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생후 9개월, 2개월, 13개월 등 1세 전후의 영아가 4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출산한 후 아이와 함께 친정을 방문했다가 감염됐다. 감염자들의 체류 지역은 하노이·호치민·나트랑·호이얀·다낭 등 다양하다. 대개 한국인에게 인기를 끄는 관광지이다. 체류 기간은 한 달 넘은 사람이 4명, 1주 미만이 5명 등이다.
홍역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감염병이다. 베트남에서 걸린 환자의 대부분은 본인의 접종 여부를 잘 모르거나 접종한 적이 없었다. 20대 1명만 2회 접종을 완료했다. 질병청 홍정익 감염병정책국장은 "접종한 사람이 감염되면 증세가 약하게 지나가기 때문에 베트남에 가려면 반드시 백신을 맞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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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홍역 환자 증가…코로나 탓 백신 접종 줄어
대만 국립감염병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해외에서 유입된 홍역 환자가 10명인데, 모두 베트남에서 감염됐다. 몽골도 1~2월 4명의 해외 유입 홍역 환자가 발생했고, 모두 베트남 방문자이다.
홍역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많이 증가한다. 코로나 백신을 맞느라 홍역 백신 접종을 덜 했기 때문이다. 2000~2019년 홍역 첫 번째 백신 접종률이 86%까지 증가하다 2021년 81%로 떨어졌다고 한다.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세계 홍역 환자는 2022년 17만명, 2023년 32만명, 지난해 33만명으로 증가했다(세계보건기구·WHO).
WHO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홍역 환자는 2105명이다. 인도(2만여명), 태국(8194명), 필리핀(4001명)보다 적다. 베트남 홍역 유행이 실제보다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지난해 한국인 460만명이 베트남을 여행했는데, 일본(880만명) 다음으로 많다.

예방접종이 최선인데, 생후 12~15개월, 4~6세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 돌이 안 지난 영아가 홍역에 감염되면 폐렴·중이염·뇌염 등의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 홍역이 유행하는 나라로 가지 않는 게 좋다. 꼭 가야 한다면 백신을 맞고 갈 것을 권고한다. 출국 2주 전에 맞는 게 좋다. 홍 국장은 "'홍역을 앓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감염되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백신을 맞았어도 세월이 지나면 접종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질병청의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서 자신의 접종력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2014년 이후 접종자는 이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이전 접종자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면 혈액검사를 해서 확인하는 게 좋다. 성인이라도 1회 맞는 게 좋다. 1967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는 안 맞아도 된다. 어릴 때 많이 걸려 자연면역이 생겼다고 한다.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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