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는건지…응원봉 팔면 "빨갱이" 태극기 팔면 "내란공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e커머스 입점 소상공인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탄핵 찬성·반대를 상징하는 도구 판매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다. 탄핵심판 장기화로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이 상징 도구까지 이어진 것이다.

탄핵 찬·반 진영은 e커머스 플랫폼에 판매업자를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지 않았는데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 “정치 편향적인 물건이다” 등으로 신고한다. 반탄 진영은 찬탄의 상징인 응원봉 판매업자를, 찬탄 진영은 반탄의 상징인 태극기·성조기 판매업자를 공격하는 식이다. 단체 대화방,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신고 방법을 공유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판매 문구에 ‘탄핵’이나 ‘윤석열’이 들어간 업체가 주 공격 대상이다. 하지만 판매상품 중에 응원봉, 태극기·성조기만 있어도 공격받기도 한다. 판매 문구에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탄핵’ 관련 상품으로 검색되면서다. 탄핵 찬·반 진영에 입소문이 난 업체를 알아내 공격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일부 e커머스 플랫폼에서 공개한 전화번호, 주소, e메일 등 판매업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항의 전화하거나 문자 폭탄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온라인 e커머스 플랫폼에서 10년 넘게 태극기 판매한 최모(59)씨는 “‘내란공범’이란 문자를 수십 개 받아 심적으로 위축됐다”며 “탄핵 정국과 관련된 판매 문구를 올린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 e커머스 입점 소상공인 김모(45)씨는 “응원봉이 왜 사회 혼란을 가져오는 물건인지 모르겠다.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건 정치에 과몰입해 하루도 빠짐없이 싸우는 이들”이라며 “살다 살다 ‘빨갱이’ 소리를 들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길어진 탄핵심판으로 진영 갈등이 격화되면서 소상공인을 향한 공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e커머스 플랫폼이 판매업자에 대한 보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규(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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