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탄핵 심판, 헌재가 이제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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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사건 마무리됐고 3주 뒤 재판관 2명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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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어지면 사회 갈등과 사법부 불신 키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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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 되새겨야
진영 간 찬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만큼, 한치의 흠결도 없는 결론을 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사건은 다른 공직자 탄핵 사건과도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이 마무리된 상황에선 더는 지체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결론이 늦어지면 헌재가 법리가 아닌 다른 외부 요인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이제는 헌재가 탄핵 인용이건 기각이건 결론을 내야 한다.
자칫하면 불신과 혼란의 소용돌이가 확산될 수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극렬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집단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이 난동 행위로 78명이 기소됐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 이후 윤 대통령이 석방되고 탄핵 심판이 지연되자 이제는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집회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25일 남태령 고개에 집결해 트랙터 상경 시위를 벌였다. 법원이 트랙터를 불허하고 트럭만 허용했음에도 트랙터를 트럭에 싣고 나타나 경찰과 대치했다. 오늘(29일)도 탄핵 찬성과 반대 측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자칫하면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나 안전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에 반대 집회 참가자 4명이 숨졌다. 이런 불상사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지금은 모두 헌재만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답을 해야 할 때다.
문형배, 이미선 두 재판관의 임기가 다음 달 18일로 만료된다. 3주도 남지 않았다. 선고가 늦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두 재판관 퇴임 때까지 헌재가 결론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재판관 2명이 퇴임할 때까지 탄핵 심판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헌재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사법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헌재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헌재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대법관과 같은 대우를 받는 재판관은 법관 중에선 가장 명예로운 자리다. 당연히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고,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각종 압박에서 벗어나 법과 양심에 따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은 국가원수이자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태라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진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헌재가 계속 결론을 내지 못하면 사회 갈등이 커지고, 민주주의 기반이 약화될수 있다. 헌재의 엄중한 결정과 이에 대한 승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회복됐다는 것을 전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헌재 재판관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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