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지상 최고의 안구정화 “눈이 뻥 가슴이 뻥”…플롬 산악열차

플롬 산악열차는 쉼 없이 멋진 풍경을 실어 나르는 ‘로맨틱 열차’로도 불린다.
북유럽 4개국(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여행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노르웨이다. 범위를 더 좁히자면 그림엽서 속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플롬(Flam). ‘론리플래닛’ 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에 이름을 올린 플롬 산악열차에 탑승하면 피요르와 협곡, 폭포가 빚어내는 절경과 동화 속 마을을 감상할 수 있다.
1940년에 개통돼 현재까지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열차 노선인 플롬 산악열차는 노르웨이의 5대 피요르 중 하나인 송네(Sogne Fjord) 여행의 거점인 플롬과 미르달(Myrdal) 역을 잇는 철도이다. 80년 이상 이용된 철로답게 플롬 산악열차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즈넉한 외관과 목재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플롬 산악열차는 금방이라도 요정이 튀어나올 것 같은 울창한 숲과 맑고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는 계곡, 빙하가 빚어낸 신비로운 피요르 등을 지난다. 흔들리는 열차에서 슬슬 졸음이 몰려올 법도 한데 차창 밖으로 워낙 드라마틱한 풍경이 펼쳐지니, 졸리기는커녕 눈 깜빡이는 찰나도 아까울 지경이다. 열차에 몸을 실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플롬 산악열차가 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여행길로 손꼽히는지 깊이 공감하게 된다.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 속 사진과는 비교 불가다.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한 순간에 느껴지는 감동은 언제나 차원이 다른 법이다.
플롬 산악열차는 수문을 연 댐처럼 엄청난 물을 토해내는 쵸스 폭포 앞에 잠시 멈춰 선다. 내려서 이 기막힌 풍경을 담으라는 배려다.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의 기세가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거세다. 그 순간 갑자기 폭포 옆 시커먼 바위 위로 사람의 형체가 드러난다. 하얗게 부서지는 폭포를 배경 삼아 붉은 치마를 두른 요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요정이야” “아니야, 사람이야” 등 여행자들의 각양각색 반응이 재미있다. 진짜 요정은 아니고, 소꼬리가 달린 나무 요정 훌드라를 모티프로 한 무용 전공생의 퍼포먼스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열차에 또 하나의 장관이 펼쳐진다. 11개의 급격한 지그재그를 그리며 뮈르달산을 향하는 트롤스티겐이 그 주인공이다. 트롤스티겐은 스티그포센 폭포를 가로지를 때 자연석 다리를 통과하기도 한다. 무려 100년에 걸친 기술력으로 완성한 이 도로 역시 환상적인 전망을 자랑한다.
플롬 산악열차에서 바라본 깎아지른 산과 폭포, 빙하가 할퀴고 내려간 자리에 담긴 피요르의 풍광은 평생을 두고 이따금씩 꺼내 또다시 감동하고, 위로받고, 스스로를 달랠 인생의 명장면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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