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으러 왔제!" 산불 피해 주민의 분노…이재명 반응은

인력과 시설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파악한 바에 의하면 지금 군 인력 지원이 500명 정도 되고 있다는데 매우 부족할 거 같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군 인력을 화재 진압에 투입해주길 (정부에)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거 지원과 관련해서도 “(전북) 익산 등지에 쉘터 여유분이 있기 때문에 지원하도록 조치를 해 놓은 상태”라며 “장기적으로는 주택을 다시 신축하든지 긴급하게 모듈 주택을 공급해야 할 텐데, 저희 당이 전국 모듈 주택 재고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도록 지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곧장 화재 피해지역으로 내려와 이틀째 머물렀다. 전날 저녁 방문한 안동 이재민 대피소에 이어 이날도 의성·청송·영양 소재 대피소 세 곳을 연달아 방문했다. “집도 재산도 아무것도 없다”며 통곡하는 이재민들의 손을 붙잡고 “나라에서 먹고 입고 자는 것을 상당 기간 책임지겠다. 집 짓는 것도 지원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제가 빈말 안 하는 것 아시지 않나”, “미안해 하지 마시라. 이 나라의 주인이시다”라는 말도 했다. “불 끄러 왔노, 사진 찍으러 왔제!”라고 항의하는 시민들에게는 “이게 불을 더 잘 끄기 위한 것”이라며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 싶다”라고 했다.
가는 곳마다 탄식과 호소가 메아리쳤다. 이 대표는 산불 진화 도중 추락 사고로 희생된 박현우 헬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숭고한 희생, 온 국민이 잊지 않겠다”는 추모의 글을 적었다. 문화재가 여러 점 불탄 경북 고운사를 방문해서는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라며 “이미 피해를 본 지역이나 시설들에 대해서는 (피해 복구) 예산 걱정을 하지 않으시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전날부터 “이런 위험한 시기에 쓰자고 세금 내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큰 돈이 아니니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서 지원을 잘 하겠다”며 충분한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충분한 대책과 재발 방지를 위해 산불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올해 본예산을 일방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난 예비비’를 대거 삭감했다며 이날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지금 있는 재난 예비비가 1조 5000억원으로 충분하고 필요하면 1조 몇천억원을 더 쓸 수 있다”며 “사람들이 죽어가고 주거를 잃은 와중에도 정쟁하고 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적어도 28일까지는 경북 지역에 머물 계획이다. 재난 현장에서 민생을 돌보는 지도자 면모를 강조하는 한편, 야권의 최대 험지로 꼽히는 TK지역에 공을 들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표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26일 재판 종료 직전까지 지도부 회의를 준비했으나, 이 대표가 선고 후 안동행을 전격 결정해 곧장 차를 돌렸다”고 전했다. 전략통 중진 의원도 “만일 무죄 선고 직후 이 대표가 여의도로 돌아와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면 국민들이 반감을 가졌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담담히 민생을 챙기고 민심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오욱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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