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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태어나서 가난한 건

“태어나서 가난한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도 가난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  
 
이것은 빌 게이츠가 몇 년 전에 했던 말이다. 내 마음에 들어서 그때 내 노트에 적어놓았다. 오늘 우연히 다시 읽어보았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사는 것이야,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왜 가난한 집에 태어났어야 했을까?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게 ‘재수 없게’ 태어났단 말인가? 반대로, 부잣집에 태어난 사람들은 ‘운 좋게’ 부잣집에서 태어났단 말인가?
 
불교는 보는 관점이 다르다. 이 세상은, 모든 게 다 인과응보에 의해서 운행되고 있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다 ‘내 탓’인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도 다 자기 탓이다. 부잣집에 태어난 것도 다 자기 탓이다.
 
부처는 말씀하셨다. “남의 물건을 훔치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만약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항상 가난하여 배를 채울 밥이 없고 몸을 가릴 옷이 없을 것이다.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증일아함경 제44권)
 
여기서 부처는 도둑질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했었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면, 당장 부자로 살 것 같아도, 길에 보면, 어느 땐가는 경찰에 잡힌다. 영창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저놈은 도둑놈이야” 하고 신용을 안 해준다. 그러니 후생이, 여기서 말하는 후생은, 내일도 모래도 후생이다. 물론 죽은 후 다시 태어나는 생도 후생이다. 후생이 점점 가난해질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마피아 두목은 남의 재물을 많이 훔쳤지만, 운 좋게도 경찰을 피할 수 있었다. 늙어서 집에서 편안하게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부처의 말씀대로 인과법칙에 따라서, 다음 생에 태어날 때는 가난한 집에 태어날 것이다.  
 
어떤 독재자들을 국민을 억압하고, 국민의 재물을 도둑질하면서 호강하게 살고 있다. 이런 독재자들은, 인과법칙에 의해서, 후생 어느 땐가는 재물을 다 잃고 가난하게 살 운명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집에 태어난 사람들은 전생에 다 도둑질을 많이 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나는 도를 깨친 사람이 아니기에, 부처처럼 전생이나 후생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 그래서 이렇다저렇다 하고 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생에 게을렀다거나 허랑방탕했다거나, 하여튼 전생에 가난했었기에, 인과응보로서, 이 세상에 가난한 집에 태어났을 수도 있다.
 
부처는, 아무리 나쁜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면 다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타고나 운명은, 자기의 행실에 의해 항상 바뀌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죽을 때도 가난한 것은 당신의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죽을 때도 가난하게 죽었다면 그것은 분명 당신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성실하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가난하게 죽었다면? 부처는 다음 생에 태어날 때는 부잣집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로 혹은 가난하게 사는 것은, 다 자기 탓이다. 그러니 남을 원망하지 말라. 지금 가난해도, 성실하게 살다 보면, 후생에는 부자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생에 부자로 태어나고 싶으시면 지금은 고생하더라도, “착실하게”, 그래 착실하게 살면 된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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