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A시 적자, 안일한 정치의 민낯
LA시의 재정난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 위기다. 내년 예산 부족액이 10억 달러에 달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각종 세금에 벌금까지 성실하게 따박따박 낸 시민들에겐 분통 터질 소식이다.재정 위기는 갑작스런 사태가 아니다. 세금 수입 감소와 부채 증가도 한몫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지속 불가능한 지출 패턴’이 핵심 원인이다. 팬데믹 이후 LA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소비 증가에 힘입어 세수가 급증했다. 일시적 현상이었음에도 시정부는 무리하게 지출을 늘렸다. 특히 공무원 노조에 밀려 임금 인상을 강행했다.
지난 2024~2025년 예산안을 찾아봤다. 인건비는 대책 없이 지급됐다. 산하 39개 부서 예산 편성액의 76.9%가 급여다. 액수로는 무려 45억2929만7771달러다. 임금 인상 협상에 따라 내년에는 추가로 2억5000만달러를 더 줘야한다.
이런 예산 집행에 대해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손버그는 “미친 듯한 지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경제가 둔화하였음에도 공무원 임금을 크게 인상했고 노숙자 문제에도 많은 돈을 썼다”고 지적했다.
눈앞의 정치적 안정을 꾀하려 공무원 노조의 반발을 달래기 급급해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친 듯한 지출’의 근본 원인은 결국 정치인들의 안일함에 있다. 보고서가 발표된 후 캐런 배스 LA시장은 “어떤 부서나 프로그램도 성역 없이 (효율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발언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들린다. 위기는 진작에 예상됐을텐데 이제서야 검토하겠다니 몰랐다는 뜻인가.
시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밥 블루멘필드 시의원은 “우리 모두 이 숫자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충격을 받았다는 말이 더 충격적이다. 그는 예산위원회 소속이다. 어떻게 예측 못 할 수 있는가.
방만하고 근시안적인 재정 운영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 시정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수천 명 규모’를 감원해야 한다. 이미 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더 심화된다는 뜻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 각종 요금도 올린다고 한다. 쓰레기 수거 요금과 주차 위반 과태료 인상이 1차 대안이다. 재산세도 오를 수 있다. 시의 전체 세수중 재산세는 20% 이상으로 가장 많다.
정부 재정이 어렵다는데 고통 분담은 해야한다. 그런데 허리띠를 졸라매기만 하면 과연 다 해결되는가. 지금이라도 시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건전한 재정 운영 시스템 확립이 시급하다. 현실적인 세수 예측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배스 시장의 내년 예산안 제안 법정 마감일은 4월21일이다. 그때까지 10억 달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앞서 그는 산불 재건을 ‘빛의 속도’로 하겠다고 했다. 시 살림살이부터 빛의 속도로 수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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