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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LNG 투자하겠다"…韓 주춤하자, 대만 치고나갔다

지난달 9일 미국 알래스카 주노. 호수가 얼어 있다. 연합뉴스
대만이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투자에 나섰다. 한국과 일본이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대만이 먼저 손을 들고 나선 모양새다. 미 정부가 이를 지렛대 삼아 “한국도 투자하라”는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대만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는 지난 20일 대만 타이베이 본사에서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투자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LOI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식 계약에 이를 수 있게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그간 미 정부는 한국·일본에 “알래스카 사업에 투자하라”고 압박해왔다. 하지만 한·일 양국은 높은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이어갔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대만이 경제적인 부분 이외의 변수를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시달리는 대만이 미국의 안보 지원을 대가로 알래스카 사업의 제1투자자를 자처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만 방어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지 않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절대로 코멘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만이 한국·일본보다 더 많은 대(對)미국 무역흑자(지난해 기준)를 거두는 점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관세부과 우선순위에 놓인 대만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알래스카 사업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경진 기자

오성익 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 분과부의장은 “미국이 대만을 ‘킹핀’(볼링 핀 중 정중앙에 위치한 5번 핀)으로 삼고 알래스카 사업에 투자하게 한 뒤 이를 발판으로 한국·일본의 투자까지 끌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만이 먼저 움직였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 등에선 여전히 알래스카 사업의 리스크(위험요인)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비용 자체(총사업비 최소 440억 달러, 64조원가량)가 천문학적으로 많은 데다 기후 조건이 혹독하고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일 위험 등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 사이 서구권 최대 석유·가스 기업인 엑슨모빌 등 주요 민간 자본이 투자를 검토했다가 발을 뺐다. 중국의 경우 국영기업을 통해 공동개발 협정(JDA)까지 체결했다가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투자가 불가피하다면 반대급부(보조금, 미 에너지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 활용 등)를 확실히 받아내는 데 신경을 쓰고, 관세 부과 면제 등을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번 투자가 잘못되면 전 국민적으로 국부 유출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만일 투자를 피할 수 없다면 사업 단계별로 리스크가 작은 부분에만 선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중([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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