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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샤오미 회장 만났고, 팀쿡은 자금성 올랐다…CEO 87명 中 총출동

2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개막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대중국 경제조치와 관련해 "베이징은 예상을 뛰어넘는 외부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23일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87명의 글로벌 기업 총수들 앞에서였다.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2025년 중국개발포럼(CDF) 개막식에 참석한 리 총리는 "우리(중국)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며 "물론 이는 주로 외부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새로운 증량(增量) 정책(양적완화)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리 총리는 ▶춘절(구정) 소비의 활황 ▶딥시크 등 과학기술의 돌파 ▶녹색 경제의 확산 등 세 가지 시각을 소개하며 5% 안팎으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가 중국 경제의 능력과 잠재력에 기반을 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2~3월 중국 로봇 기업의 주문을 보면 올해가 중국의 다양한 로봇 양산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딥시크를 포함한) 항저우의 여섯 마리 작은 용과 같은 혁신기업이 중국의 어떤 도시에서도 다시 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개막식에서 리창 중국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 총리는 성장목표 달성과 외부 충격에 대비한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의 강력한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그는 "올해 (정부) 지출 합계는 42조 위안(약 8480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대비 9%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엔 이재용 회장 등 글로벌 기업 총수 87명이 참석했는데, 리 총리는 이를 연두에 둔 듯 연설 말미에 특히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들이 경제 세계화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를 바란다"며 “기업은 세계화의 수혜자일 뿐 아니라 세계화를 확고히 옹호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라'는 늬앙스의 발언이었다.

리 총리는 또 "단일 기업의 힘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모두가 단결하고 힘을 합치면 강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며 "기업가들이 함께 진심으로 협력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상호이익을 위해 각자의 기업이 더 큰 발전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지난 2000년 시작된 CDF는 해마다 3월 글로벌 CEO를 초대해 중국의 한해 경제정책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원래 상무부총리가 주관하는 행사였지만, 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총리 기자회견이 사라지고 이 행사가 총리급으로 격상됐다.

23일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개막식에 참석한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회장이 양위안칭(오른쪽) 레노버 회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 사장. 신경진 특파원


이재용 회장, 리창 총리와 10개월만에 재회

이날 CDF에서 이 회장은 리 총리와 10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 총리와 신라호텔에서 양자 회동을 가진 적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행사 참석이 '답례 형식'이란 풀이가 나온다. 이 회장은 행사 시작 30분 전쯤 행사가 열리는 14호각 방화원(芳華苑)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버 회장과 환담하며 밝은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베이징 방문 소감을 묻는 본지 질문에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2년 전 딩쉐샹(丁薛祥) 부총리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베이징 날씨 좋네요"라고 밝혔던 것보다 더욱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선 이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됐다. 전날 베이징에 도착한 이 회장이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을 만난 소식, 최근 삼성전자 내부 회의에서의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발언, 올해 들어 한국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감소폭 확대를 연계한 게시물 등이 속속 올라왔다. 한국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 1월 22.5%, 지난 2월엔 31.8% 급락했다. 3월 수출 감소폭도 30%대로 예상된다.

23일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개막식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한편 자체 인공지능(AI) 서비스 출시 지연으로 매출 감소세에 시달리는 애플의 팀 쿡 CEO도 전날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날 고객들과 자금성 뒤 경산공원에 올라 아이폰으로 셀피를 찍는 모습을 웨이보(중국판 X)에 올리기도 했다. 이튿날에는 캐나다 국적의 화교 음악가 헨리의 전자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중국 시장을 노린 움직임을 계속 연출했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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