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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나쁜 사마리아인

손헌수

손헌수

수영장에는 두 사람만 있었다. 한 사람은 물에 빠져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물 밖에서 지켜 보고 있던 또 다른 사람은 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고 도망친 사람은 형사 처벌을 받을까?
 
1964년 뉴욕의 퀸즈에서 20대 중반이었던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밤늦게 귀가하다 괴한에게 살해당했다. 사건 발생 초기에 이 사건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사건 발생 1주일 후에 큰 사건으로 다뤄진다. 뉴욕타임즈 편집국장이 뉴욕 경찰서장과 점심식사 중 우연히 이 사건을 듣고 기사화 한 것이다.  
 
제노비스는 38명의 목격자들이 각자 자신의 집 창문을 통해 지켜보는 가운데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하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살인자는 30분 동안이나 그녀를 쫓아다니며 그녀를 여러 차례 칼로 찔렀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필사적인 저항을 했지만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주변의 창문을 통해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목격자 38명 중 그녀를 도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전화로 경찰에 신고한 사람조차 단 한 사람도 없었다.  
 
38명의 목격자들은 모두 선량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 경찰은 목격자들을 조사했다. 목격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왜 그랬는지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38명의 목격자들은 아무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 현재 미국의 대부분의 주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났쳤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어떤 선지자가 예수에게 물었다. “이웃을 사랑하라 하시는데 제 이웃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에 예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했단다. 한 유대인이 강도를 만나 길에 쓰러져있었다. 그런데 유대인 제사장과 유대인과 한핏줄인 레위인도 쓰러진 이웃을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유대인과 적대적인 민족이던 한 사마리아인이 쓰러진 유대인을 치료하고 돌봤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이웃이고 이것이 이웃사랑이란 이야기에서 ‘착한 사마리아인’ 또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이란 말이 유래되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고 알려져 있는 법은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은 사람을 벌하는 법’이 아니다. 대신에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준 사람이 법적인 책임을 면제받도록 보호하는” 법이다. 길에 쓰러진 사람을 돕기 위해서 착한 사마리아인이 나타나, 인공호흡을 시도하다가, 쓰러진 사람의 갈비뼈를 부러뜨렸다고 가정해보자. 나중에 깨어난 사람이 갈비뼈를 부러뜨렸다는 이유로 자신을 구해주려던 사마리아인을 고소할 수 없도록 보호하는 법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다. 이런 법은 현재 대부분의 주에 존재한다.
 
수영장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일반적으로 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지나쳤다고 벌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만일 물에 빠진 사람을 버리고 도망친 사람이 수영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었다거나, 물에 빠진 사람의 보호자나 배우자였다면, 이 사람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처벌이 될 수 있다. 또한, 도망간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물에 밀어넣은 당사자라면, 이 사람 역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심각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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