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원 유상증자…금감원 "중점 심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방산 시장을 노리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유럽과 중동엔 지상 무기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과는 ‘K조선’ 협력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다. 한화는 시설자금에 1조2000억 원, 타 법인 지분투자에 2조4000억원 가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중장기적 방산 수요의 사이클(호황기)이 예상되는 유럽·중동·호주·미국 등지에 전략적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할 것”이라며 “2035년 연결 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해외 투자의 주요 타깃은 유럽과 중동 시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해당 지역에 지상 무기 생산 거점을 짓고, 현지 업체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출 현지에선 단순 무기 구매보다 자국 내 투자를 통한 협력 생산을 선호하는 만큼 현지 생산 시설을 확보해 방산 수출을 확대하겠단 전략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루마니아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엔 유도 무기체계인 천궁-Ⅱ를 수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이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조선·해양 투자도 늘린다. 해외 조선 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고, 현지 시설 지분 투자 등에 8000억원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군 전력 강화 방침에 따라 커질 전망인 미 해군 함정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단 계획이다. 앞서 한화는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7일(현지시간)엔 1687억원을 투입해 호주의 글로벌 방산 기업 오스탈의 지분 9.9%를 매수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해군은 2054년까지 364척의 새 군함을 도입하기 위해 1조750억 달러(약 1600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래 전장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무인기 사업엔 3000억원을 투입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독자적인 엔진 개발로 항공엔진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겠단 계획이다. 또 자주포용 모듈화 추진 장약(MCS)를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와 국내 주요 사업장의 설비 운영에 9000억원을 투입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전략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함으로써 다시 한번 기업가치의 퀀텀 점프를 이뤄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증자 규모가 크고 1999년 이후 첫 유상증자인 점을 고려해 중점심사 대상으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금감원은 유상증자 중점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주주 권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유증에 대해 증권신고서에 충분한 정보가 담겨 있는지 등을 보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계획한 일정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단기 집중심사 및 대면협의 등 최대한의 심사역량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삼권([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