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뭉치자 또 카디즈 침범한 러…국방부, 러 무관 불러 항의

지난 15일에 이어 러시아 군용기 여러 대가 20일 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다. 한·미·일은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첫 해상 훈련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를 의식한 견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군용기 8대가 동해 울릉도 좌측과 우측 공해 상 KADIZ에 무단 진입했다. 군용기는 영공 외곽 20㎞까지 근접 비행했다. 지난 15일 러시아 전투기·폭격기 9대가 동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했다가 이탈한 이후 닷새 만이다.

이날 동해 공해상에선 러시아 군함도 포착됐다고 한다. 국방부는 오후 4시30분쯤 니콜라이 마르첸코 주한 러시아 국방무관(대령)을 청사로 불러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지난 15일 러시아 군용기는 훈련 목적으로 비행 중 KADIZ에 진입한 것으로, 영공 침범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은 한국 군 당국의 현장 교신에 즉각 응하지 않았고, 사후에야 훈련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러시아 군용기는 오전 7시쯤 KADIZ에 진입했는데, 지난 10일부터 진행된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가 끝나기(오전 9시32분) 직전이었다. 지난 15일과 이날을 포함, 러시아 군용기가 FS 기간 중 KADIZ에 진입한 것은 총 8번이라고 한다.

이처럼 러시아가 연합연습 기간 중 사실상 KADIZ를 헤집고 다닌 건 한·미 연합 방위력을 떠보는 동시에 이를 견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비슷한 시각 남해 상에서는 한·미·일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해군에 따르면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을 앞세워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한국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등 2척의 함정과 미국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4척,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이카즈치함 1척 등 총 7척이 참가했다.

3국 해상 훈련은 지난해 12월 한·미·일 국방 당국이 공동으로 수립한 다년 간 훈련 계획에 따라 정례적으로 시행 중이다. 국방부는 “3국은 3자 훈련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긴밀한 공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훈련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들어 관세 부과 등 갈등 상황이 이어지며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란 우려를 일정 부분 불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가 KADIZ 도발을 통해 이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셈이다.

KADIZ는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설정하는 임의의 선이다. 개별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공과는 다르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가 진입하기 전 사전 통보하는 게 국제 관례다.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 계획을 제출하고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한다. 다만 러시아는 한국이 설정한 KADIZ가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에 대한 한국의 통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유정.이근평([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