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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7세 고시 (2)

‘7세 고시’ 영상을 본 뒤, 전화기만 열면 한국 사교육 현장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근무했던 학군은 비교적 엄마 아빠 다 일하는 가정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과외, 학원, 레슨 열풍이, 더 부유한 학군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비율도, 우리가 소위 윗동네라고 부르는 학군이나 과학고 아이들보다, 우리 학군이나 아랫동네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기서 보면, 어렸을 때 공부보다는 다양한 운동이나 음악 활동을 시켜보며 잘하는 것을 찾게 한 후, 그것을 중점적으로 시키는 것 같다. 하지만 재능이 있어도,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한 활동들은 결국 아이들을 힘들게 만든다.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어, 원하지 않는 수영, 양궁, 악기 등을 어려서부터 집중적으로 하다가,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생겨 상담을 받게 된 경우를 여러 명 만났다.  
 
지난 칼럼을 읽고, 요즘 ‘라이딩 인생’이라는 드라마가 7세 고시 같은 내용이라고 누가 말해주었다. 드라마에서, 6~7세 아이들은 무거운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학원에 안 늦으려고 뛴다. 길이 막힌 학부모는 차를 세워놓고 아이를 안고 뛴다. 아이에게 필요한 영어 도서 시리즈 구매를 위해 엄마들이 전쟁을 치르고, 영어 스피치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탄 아이는 대상을 못 탄 중죄인이 되어 고개를 못 든다. 너무도 현실 같은 드라마다.  
 
이 모든 과열된 선행 학습, 조기 사교육 열풍이라는 현상의 뒤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부모들의 불안,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부모들의 불안을 이용해서, 모의고사나 학원 입시 문제를 점점 더 어렵게 내면서 사업을 확장해갈 수밖에 없는 사교육 기관들도 문제다.  
 
평생 고등학교 음악 교사를 하다 은퇴한 한국의 동창은, 은퇴 전 수년간이 지옥 같았다고 회상한다. 수능 과목도 아닌 그의 음악 시간에, 아이들은 학원 다니느라 놓친 수면을 보충하느라 잤고, 깨우면 욕을 하고 화를 내며 나갔다고 한다. 겨우 0.45%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영재고·과학고 준비반도 그렇지만, 의대 증원 이후 더 몰린다는 초등 의대 준비 올케어반, 이런 타이틀은 정말 내겐 낯설다. 왜 의대를 가고 싶으냐고 물으니 “돈이 최고니까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하는 어린아이들도 걱정이고.
 
대치동 같은 곳의 길거리 스트레스 프리존에서, 학원 사이사이 잠시 들러 소리를 지르며 뛰는 아이들, 초경쟁  한국 사회에서 점점 감소하여가는 연령층인 아이들의 행복이 난 참 많이 걱정된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르몽드지에서는 한국교육을 평가하면서, 한국 아이들이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라고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국교육이 가장 경쟁적이고 가장 고통을 주기 때문이라고. 이런 분위기에서,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두려움과 거부감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학부모들을 위한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책을 쓰는 중이다. 지난가을 한국 방문 시여러 엄마를 만났다. 그들은 내게 말했다. 우리도 힘들어요. 위로가 필요해요. 우리도 가이드가 필요해요. 아이들이 잘살게 하기 위해 이럴 수밖에 없어요.  
 
이번에 쓰려는 책은 그래서 많이 힘이 든다. 이런 시스템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부모들의 불안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대한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워내는 데 도움이 되는 책, 그래도 써야 하기에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씨름을 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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