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항마' 체포 비난에 "왜곡 말라"
이스탄불·앙카라 등지서 반발 시위…유럽 "우려스러워"
이스탄불·앙카라 등지서 반발 시위…유럽 "우려스러워"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 당국은 19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력한 대권 라이벌로 꼽히던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시장이 체포된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자 이를 반박했다.
일마즈 툰츠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이날 내외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사건 자료와 혐의, 증거에 대한 완전한 정보 없이 수사를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밝혔다.
툰츠 장관은 "우리나라에서는 입법·행정·사법의 권력 분립이 원칙이며, 사법부는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는다"며 "사법 조사를 우리 대통령과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뻔뻔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마모을루 시장이 소속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에서 이번 수사를 '쿠데타'라고 비난한 것과 관련해 "사법부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왜곡하거나 쿠데타 같은 말로 표현하는 것은 위험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가두시위를 선동하고 대중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설명에 따르면 이마모을루 시장은 2가지 별도 수사로 입건됐다.
먼저 이날 오전 이마모을루 시장, 레술 엠라 샤한 시슐리시장, 마히르 폴라트 의회의원 등 CHP 소속 정치인들을 포함한 총 7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그리고 PKK의 정치조직 쿠르드사회연맹(KCK)을 지원하고 협력한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은 이마모을루 시장 등 용의자 100명이 작년 3월 치러진 지방선거 과정에서 뇌물수수, 횡령,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법무부는 이들 2개 사건에 대해 총 106명의 구금영장이 발부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튀르키예 최대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 등지에서는 이마모을루 시장 체포에 반발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와 관련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튀르키예는 민주주의적 가치, 특히 선출직 공무원의 권리를 지지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튀르키예가 유럽에 뿌리내리기를 바라지만,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적 규범과 관행에 대한 명확한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외무부의 크리스토프 르모안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마모을루 시장 등 유명 인사들의 체포 소식을 우려 속에 접했다"며 "이는 튀르키예 민주주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작년 3월 지방선거 때 튀르키예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이스탄불에서 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22년째 장기 집권에 맞설 최대 라이벌로 발돋움했지만, 그간 여러 건의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다.
그가 2019년 6월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처음 승리했을 때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이의 제기를 통해 선거 결과를 무효로 뒤집었다.
얼마 뒤 재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더 큰 표 차로 AKP 후보를 따돌리고 다시 승리했지만, 이때 자신의 당선을 무효로 판단한 사람들을 '바보'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공무원 모욕죄로 기소돼 2022년 1심에서 2년 7개월 징역형을 받았으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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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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