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토허제 한 달 만에 더 확대, 혼선 어떻게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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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급등에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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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책임론 불가피…정략적 선심 정책 자제를
35일 만의 토허제 후퇴로 서울시 책임론이 불거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제 “예상 외로 가격급등 현상이 나타난 것에 대해 정말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시장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경솔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금리 인하기에 봄철 이사철을 앞두고 실거래 가격이 꿈틀대고 있는데도 토허제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국토부의 신중론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대출 규제 주무부처인 금융당국과의 상의도 없이 덜컥 결정해 버렸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얻기 위한 정략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선제 대응”이라고 했고, 오세훈 시장은 “급격한 가격 변동성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정책 의지”라고 했다. 무엇이 선제 대응이고 조기 진화라는 말인가. 지난달 강남 3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 거래가가 모두 2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전달보다 63%나 늘었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도 토허제 완화 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서울시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이 불안해지자 뒤늦게 응급조치에 나선 것이 분명한데도 선제 대응 운운하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토허제는 개발 예정지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수단이다. 이미 개발이 끝난 강남 등의 집값을 잡기 위해 토허제를 휘두르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남권이 촉발한 지금의 서울 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선 토허제와 대출 규제 등의 수요 관리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표심을 노리는 정책은 한둘이 아니다. 여당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를, 야당은 근로소득세 부담 완화를 발표했다. 여야가 상속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낡은 세제는 현실에 맞게 고치고, 형평에 맞지 않는 과중한 세 부담은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지방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세제 혜택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세수 확보 등 전체적인 청사진 없이 개별 세목의 불합리한 점만 고치다 보면 조세 체계의 전체 그림이 망가질 수 있다. 정략적인 선심 경쟁은 여야 모두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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