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 자녀의 노년기 건강에도 악영향”
알링턴 텍사스대 연구 결과, 뇌졸중 겪을 확률 높아

이혼
지난달 발간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텍사스 대학 알링턴 캠퍼스(UTA)의 새로운 연구 논문에 따르면,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65세 이상의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졸중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특히, 신체적·성적 학대와 같은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부모가 이혼한 경우 뇌졸중을 겪을 확률이 9분의 1(11.1%)로, 부모가 함께 있었던 경우(15분의 1, 6.7%)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연구 논문를 공동 집필한 UTA 사회복지학과 필립 바이든 부교수는 “이번 연구가 부모의 이혼이 직접적으로 뇌졸중을 유발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가 장기적인 건강 위험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진이 뇌졸중 취약군을 평가할 때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뇌졸중은 혈전이나 혈관 파열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는 응급 질환이다. 일반적인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흡연, 운동 부족 등이 있다. 바이든 교수는 사회경제적 요인도 뇌졸중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며 어린 시절 정서적 방임을 경험한 경우에도 뇌졸중과 정신 건강 문제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신체적·성적 학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단순히 부모의 이혼만으로 뇌졸중 위험이 증가할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바이든 교수 연구팀(캐나다 틴데일 대학 및 토론토 대학 소속 연구진 포함)은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22년 ‘행동 위험 요인 감시 시스템’(Behavioral Risk Factor Surveillance System/BRFSS)’ 데이터를 분석했다.
1만3,000명 이상의 65세 이상 미국인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14%가 18세 이전에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이 당뇨병, 우울증, 사회적 고립 등 다른 뇌졸중 위험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부모가 이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졸중 위험이 1.61배 높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뇌졸중 위험이 1.47배 증가해 여성보다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시사하지만 몇 가지 한계점(limitations)이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UC Irvine)의 앨리슨 홀맨 간호학과 교수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심리적 외상이 정신·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이 연구는 특정 시점에서 1번만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면 연구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 한계다. 장기간에 걸쳐 동일한 집단을 추적하는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 방식이었더라면 부모의 이혼과 자녀의 노년기 뇌졸중 사이의 인과관계를 보다 정확히 분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의 이혼 이후 뇌졸중이 발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그동안 경험한 다른 스트레스 요인들이 진짜 원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조사된 응답자의 세대도 한계의 하나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연소 연령층(1957년생)은 ‘무과실 이혼’(no-fault divorce) 제도가 도입되기전 세대다. 과거에는 이혼이 사회적으로 더 큰 낙인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이혼 경험이 현재보다 더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혼율이 감소하는 반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회적 낙인도 줄어드는 추세다. 오늘날 부모의 이혼이 과거 세대만큼 큰 스트레스를 유발할지는 의문이 든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부모의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혼 과정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에 대한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교수는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청소년 및 젊은 성인들은 정신 건강 문제, 신체적 질환의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스트레스를 조기에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원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부모의 이혼과 뇌졸중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지만, 단순한 상관관계일 뿐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가 성인기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는 연구로 간주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추적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요인과 뇌졸중 발생간의 관계를 좀더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정신적·신체적 건강 관리를 위한 지원책이 제공돼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으로 남는다.
손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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