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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논란' 백설공주, 인어공주와 다른 길 걸을까

원작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지 88년 만에 실사 뮤지컬 영화로 재탄생한 '백설공주'. [사진 디즈니코리아]
"입술은 장미처럼 붉고, 머리는 밤하늘보다 검으며, 피부는 눈처럼 새하얗다."
1812년 독일 그림 형제가 쓴 이야기에 백설공주는 이렇게 묘사됐다. 1937년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도 이 묘사를 충실히 따랐다. 그래서 이름도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 말 그대로 백설공주다. 그러나 원작 애니메이션이 나온 지 88년 만에 디즈니가 실사로 다시 만든 영화 '백설공주'는 좀 다르다. 피부가 눈처럼 하얗기 때문이 아니라 하얀 눈이 내리던 날 태어났기 때문에 백설공주다. 영화 속 대사에 따르면 "거친 눈보라를 뚫고 태어난 자랑스러운 딸"이다.

19일 개봉한 영화 '백설공주'는 세계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원작으로 하는 판타지 뮤지컬 영화다. 동시에 2021년 라틴계 배우가 주연 배우로 발탁됐을 때부터 4년 간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 난쟁이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왜소증 환자에 대한 구시대적 편견을 재생산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2025년 버전으로 새롭게 탄생하기까지 이토록 우여곡절을 겪은 동화 속 공주는 없었다.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주연 배우 캐스팅이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백설공주 역을 맡은 레이첼 지글러는 어머니가 콜롬비아 태생인 라틴계 미국인이다. 일부 디즈니 팬들은 지글러의 어두운 피부색을 가리키며 '흑설공주'라고 조롱했다. 지글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 역할을 위해 피부를 표백하진 않을 것"이라며 맞섰다.

제목이 '백설공주'인데 원작 설정에 맞지 않게 라틴계 배우를 기용한 데 대해 제작진의 과도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워크'(woke·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깨어 있는 태도)를 내세우며 오히려 작품을 망치고 있다는 것. 디즈니는 앞서 2023년 '인어공주' 실사판 주인공으로 흑인 여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한 바 있다. 이후 개봉 전부터 '미스 캐스팅' 논란에 휩싸였으며, 개봉 후 흥행에도 실패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설공주'는 '인어공주'와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을 듯하다. 이번 '백설공주'는 피부색은 좀 달라졌지만, 원작의 틀을 크게 깨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신세대 공주'로 거듭났다. 화면은 화려하고, 뮤지컬 영화로서도 완성도를 갖췄다. 영화가 공개되자마자 미국 현지에선 호평이 먼저 나왔고, 일부에선 "원작 애니메이션의 마법을 되살리는 영화"라고 썼다.



시대성을 반영했다

2025년 버전으로 재탄생한 '백설공주'는 담대하고 용감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사진 디즈니코리아]
갤 가돗이 왕비로 등장하는 장면도 매우 환상적이고 화려하게 그려졌다. [사진 디즈니코리아]
백설공주가 바깥 세상을 만나 성장하는 공간으로 그려진 숲은 눈부신 빛의 세계다. [사진 디즈니코리아]
이번 백설공주도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가 아름다운 새 왕비와 결혼을 하면서 고난을 겪는다. 새 왕비가 왕의 자리를 차지해 여왕이 되고, 숲으로 내쫓긴 백설공주는 성 밖에서 만난 친구들과 힘을 합쳐 왕비에 맞서는 용감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무엇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진실만 말하는 거울은 왕비(갤 가돗)에게 "백설공주가 더 아름답다"며 "그 온화함과 우아함은 따를 이가 없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은 친절함과 공정함의 의미로 확대됐다. 또 독재자 모습에 가까운 왕비는 백성들이 "경멸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대상인 반면, 백설공주는 빵 한쪽이라도 사람·동물들과 함께 나누는 인물이다.

영화는 시대 분위기를 반영해 전반에 흑인과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물들을 고루 배치했다. 모든 등장인물은 실제로 사람이 연기했지만, 일곱 난쟁이는 200년 넘게 숲속에 살아온 '요정'과 같은 캐릭터로 설정하고 CGI로 구현했다.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구현된 것은 숲속의 자연과 사랑스러운 동물들 묘사다. 눈부신 자연 풍경과 백설공주가 동물들과 교감하는 장면은 디즈니가 그동안 축적해온 시각 표현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다시 한번 실감케 한다.

백설공주와 숲속을 눈부신 '빛의 세계'로, 왕비의 세계를 '어둠의 세계'로 시각적으로 대비시켜 화려하게 표현한 부분도 흥미롭다. 갤 가돗이 연기한 왕비는 비록 악역이지만 강력하고, 스타일리시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아쉬운 점도 있다. '기다리는' 여성이 아니라 '행동하는' 여성을 내세운 것은 좋지만, 영화 내내 가르치듯이 담대함과 공정함, 용기와 진실 등의 덕목을 대사로 반복해 강조하는 대목은 큰 흠이다.

연출은 '500일의 썸머'(2010),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을 만든 마크 웹 감독이 맡았다. 감독은 "'백설공주'를 새롭게 선보임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를 반영할 기회가 주어졌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비추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까지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백설공주'는 한 여성이 '여성 왕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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