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손잡은 GM...‘AI X 자동차’ 합종연횡 빨라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 2025’에서 “이제 ‘물리적 AI’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GM과 협력해 AI(인공지능)시스템 구축 등 기술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메리 바라 GM CEO도 “엔비디아의 AI는 GM의 자동차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고 자동차 제조업의 새로운 혁신을 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해 가상 세계 내 AI 시뮬레이팅을 통해 자동차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자동차·부품 운송, 정밀용접 등에 AI 로봇을 도입하며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인 ‘드라이브 AGX’ 시스템 적용 방안 등을 추진한다. GM의 자동차 생산 계획 수립부터 양산·운송, 커넥티드카 구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엔비디아의 AI 기술이 접목되는 것이다.
그간 엔비디아는 테슬라(AI시뮬레이팅), BMW·폭스바겐(제조 공정 개선), 메르세데스-벤츠(자율주행차) 등 완성차 업계와 부분적으로 협업해왔지만, GM처럼 전방위적 협력을 체결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GM은 포드와 함께 미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으로 꼽히지만,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2020년엔 판매량 기준 세계 3위(약 683만대)였으나, 지난해엔 약 600만대로 줄어 6위로 내려앉았다. 자율주행기술을 구현한 전기차의 등장이 판매부진에 영향을 줬다. 같은 기간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은 약 50만대에서 약 178만대로 증가했다.
GM은 돌파구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수퍼크루즈’를 개발해 양산 차에 적용해 왔다. 앞으로 엔비디아의 AI 기술력으로 이를 고도화한 뒤 구독서비스로 전환하겠단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공정에 도입하면 불량률도 감소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로선 GM과의 협력으로 급성장하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2025년 1500억 달러(약 218조원) 규모인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0년 6600억 달러(약 960조원), 2035년 1조1200억 달러(약 1629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시스템은 전환 비용이 높고 기술의 경로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한번 도입하면 쉽게 다른 체제로 바꾸기 어렵다”며 “엔비디아로선 완성차와의 협력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술 기업과 완성차 업체의 합종연횡은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 BMW는 중국 화웨이와 지난 17일 협약을 맺고 커넥티드카 운영체제(OS) ‘하모니’를 중국에 판매되는 BMW 차량에 장착하기로 했다. 토요타는 지난해 4월 중국 자율주행업체 ‘포니에이아이’와 파트너십을 맺은 데 이어, 화웨이의 주행보조 시스템을 글로벌 판매 차량에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테슬라도 최근 바이두와의 협업으로 중국 내 자율주행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달 10일 딥시크(DeepSeek) R1을 자사 자율주행시스템 ‘신의 눈’에 적용하고, 2027년까지 전 차종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도 지난해 4월 바이두와 커넥티드카 관련 전략적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구글 자회사 웨이모와 로봇택시 관련 협약을 맺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의 자율주행기술이 고도화되면서 2020년대 초반 미국 자율주행업체와 협력했던 완성차들도 중국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며 “기술력을 가진 AI 기업이 복수의 완성차업체와 협력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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