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기능과 내용이라는 언어교육의 날개

조현용 교수
한국어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하게 조절했어야 했지만 지금은 균형이 어긋나 있습니다. 이 글은 언어교육과 한국어 교육에서 놓치기 쉬운 두 날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언어를 왜 배울까요?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중요합니다. 이 질문 때문에 수많은 관점이 생겨나고 달라집니다. 왜 언어를 배울까요? 모국어라면 우선 주위의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라고 답해야 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만약에 말이 없었다면 의사소통은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신체언어로 소통이 어느 정도는 가능했겠지만, 정확하고 엄밀한 소통은 힘들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외국어는 왜 배울까요? 아주 오래전에는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해야 할 필요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발전한 문명을 배우기 위해서 다른 언어의 글을 읽어야 할 필요성은 있었습니다. 서양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글을 배워야 했고, 산스크리트어를 배워야 했고, 동아시아에서는 한문을 배워야 했습니다.
이때 언어교육은 말하기와 듣기의 기능이 아니라 읽기와 쓰기의 기능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생활 속의 언어가 아니라 깊은 지혜와 지식을 주는 교육 내용이 중요했습니다. 이때 주로 사용한 교수법을 문법번역식 교수법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번역을 위해서 문법 교육이 중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어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빨리 구어를 배우려는 욕구가 생깁니다. 청각구두식 교수법을 거쳐서, 의사소통식 접근법으로 교수법이 발달하게 된 원인입니다.
그러나 실용적인 회화를 중요시하는 교수법에서는 ‘내용’에 대한 관심이 적어집니다. 어떻게 가르칠까에 대한 관심은 깊어졌지만, 무엇을 가르칠까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습니다. 내용 기반의 접근법도 있습니다만, 이 역시 전문적인 내용을 중시하는 접근법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인공지능의 시대가 되면서 수많은 교수법과 교육 목표는 해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라는 기능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기능을 통해서 무엇을 소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됩니다. 지혜와 깨달음을 주는 내용이 언어교육에서도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 한문을 배우기 위해서 명심보감, 소학, 사서삼경을 배웠듯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기능과 내용은 양 날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의 새로운 관점을 정립하면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관하여 고민하여야 합니다. 외국인을 가르치는 교재의 내용이 다르고, 재외동포를 가르치는 교재의 내용이 달라야 합니다. 아동과 성인의 경우도 물론 달라야 하겠지요. 그리고 그 내용은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내용이면 좋겠습니다. 배우는 과정에서도 치유가 되는 내용이라면 더 좋겠지요. 한국어 교육이 기능과 내용의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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