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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곪은채 손발 묶였다…식도암 30대 "난 살아있습니까"

숨을 내쉴 때마다 코끝에 살얼음이 생기는 추운 겨울 밤이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굳은 표정을 한 보호자들이 서늘한 병원 로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읽히는 불안과 절망은 마치 겨울 한파처럼 로비를 휘감고 있었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꽁꽁 싸매고 출근한 나는 뻣뻣한 홑겹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싸늘해진 양팔을 손바닥으로 연신 쓸어내리며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환자에게 투약할 항생제를 바삐 준비하고 있는 동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잔뜩 휘날린 잔머리를 수습할 새도 없이 일을 쳐내느라 정신 없는 그녀를 보니, 역시 두 시간 이른 출근은 잘한 결정이었다.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칠 여유도, 잠깐의 미소를 지을 틈도 없을 만큼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내게 건넨 첫마디는 이거였다.

“아, 진짜 미치겠어.”

하루를 쉰 덕에 조금은 가벼웠던 내 마음도 그 말에 금세 무거워졌다. ‘오늘 밤은 좀 조용하려나’라는 기대는 애초에 품지 말아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구체적인 상황은 파악하지 않았지만 정신없이 일하는 동료의 모습이 머지않아 내 모습이 될 게 분명했다.

‘휴-.’

한숨을 내쉬며 환자 파악을 시작했다. 도무지 한 사람 한 사람 쉬이 넘어가는 이가 없었다. 상태가 언제 악화할지 모를, 그 ‘언제’라는 모호한 시점이 오늘 밤이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환자들이 여럿이었다. 그들이 언제 루비콘 강을 건널 지 예측할 수 없었지만,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삶’ 쪽으로 끌고 오기란 애석하게도 불가능해 보였다. 매일 밤 마주하는 죽음의 그림자가 오늘 따라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특히 한 환자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30대 초반인 그는 식도암을 진단 받은 지 겨우 석 달 만에 폐에 물이 차고 식도의 종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늘 답답한 숨을 몰아쉬며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를 보면 다섯 살 때 사고로 아빠를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아빠 역시 30대 초반이었다. 너무 어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죽음은 그저 막연한 상실감으로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모습을 통해 죽음은 단지 ‘삶의 끝’이 아니라 의식과 고통의 경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현실로 다가왔다. 병상에 누운 그의 흐릿한 눈동자와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호흡을 보면 어린 시절 아득하기만 했던 아빠의 부재가 비로소 또렷한 얼굴을 하고 다가오는 듯했다.

“늘 비슷한 만큼 답답해요. 지금 아픈 거는 2점. 그거 말곤 괜찮아요.”

며칠 전만 해도 불편한 점이 있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며 머쓱하게 웃던 그였다.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항암제를 투약했지만 악성 종양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항암제의 부작용 때문에 온몸이 수포로 뒤덮여 진물이 뚝뚝 떨어졌다. 팔은 빨갛게 익어버렸고 다리는 터질 듯이 붓기까지 했다. 멀쩡한 얼굴과는 다르게 변해 버린 그의 팔다리는 억지로 이어놓은 듯 이질적이었다.

다행히 한쪽 팔의 부기가 조금씩 빠지면서 그나마 더 악화하지 않는 피부 상태에 안도감을 느끼려던 찰나였을까.
이젠 통증이 그를 뒤덮어버린 듯했다.

(계속)
그 이후로 침대는 계속해서 휘청거렸습니다.
‘과연 이것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간호사가 환자에게 본 것은 무엇일까요.
살아있음에 대한 질문을 남긴 그날의 새벽,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7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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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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