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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이어 '배라'도 문닫았다…'호남의 명동' 충장로의 추락

지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20년간 영업하던 배스킨라빈스가 영업을 중단한 빈 매장 앞에 차량들이 주정차해 있다. 호남 최대 상권이던 충장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24.4%로 전국 평균(13%)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황희규 기자.
지난 13일 오후 1시쯤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의 배스킨라빈스 매장 앞. 텅 빈 가게의 유리창 너머로 ‘임대 문의’와 연락처가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과거 호남의 최대 상권에 들어섰던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오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이다.

배스킨라빈스 인근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충장로에 있던 광주황금점은 배스킨라빈스의 호남지역 1호 점포인데 지난 2월쯤 문을 닫았다”며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계속 떨어져 폐업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주 중심상권…유동인구 급감 ‘매출 바닥’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 상가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호남 최대 상권이던 충장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24.4%로 전국 평균(13%)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황희규 기자.
호남 지역 대표 상권인 충장로 상인들이 오랜 경기침체의 여파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도심공동화로 상주인구가 급감한 데다 유동인구까지 줄어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점포들의 폐업도 속출하면서 충장로 일대 공실률도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충장로·금남로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4.4%로 전국 평균(13%)보다 배가량 높았다. 코로나19펜데믹 전인 2019년 4·4분기 공실률(17.1%)에 비해선 7.3%P 증가했다.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 규모나 연면적 330㎡(약 100평) 이상의 상가를 말한다.



코로나19 직격탄…스타벅스 등 줄줄이 철수

지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20년간 영업하던 배스킨라빈스가 영업을 중단해 해당 매장이 비어있다. 호남 최대 상권이던 충장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24.4%로 전국 평균(13%)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황희규 기자.
유동인구가 줄고, 매출이 떨어지면서 유명 브랜드 점포들도 하나둘씩 충장로를 떠나고 있다. 2013년 옛 가든백화점 자리에 문을 연 ‘H&M 와이즈파크몰’은 2023년 말 영업을 종료했다. 개점 당시 호남 최대 규모로 들어선 쇼핑몰은 경기침체와 임대계약 만료를 끝으로 철수했다.

2011년 옛 충장파출소 부근에 문을 연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충장로점도 2022년 폐점했다. 인근의 충장로우체국(옛 광주우체국)과 함께 ‘만남의 장소’로 통했던 매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자 문을 닫았다.

충장로 일대의 공실률이 높은 것은 광주에서도 월세가 가장 비싼 상권이기 때문이다. 충장로2가의 경우 코로나19 전인 2019년 1층 점포의 월세(50평 기준)는 2000만~3000만원에 달했다. 옛 광주우체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알짜 상권’의 경우 권리금만 5억원까지 부르는 점포도 있었다.



건물주, “임대료, 반값만 받겠다” 협약

지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남 최대 상권이던 충장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24.4%로 전국 평균(13%)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황희규 기자.
충장로 상권 침체의 여파로 공실률이 높아지자 지자체와 건물주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광주시와 광주 동구청, 충장로 상인회 등이 모여 ‘충장로 1·2·3가 반값 임대료 상생협약식’도 열었다. 충장로의 공실상가 임대료를 시세보다 40~50% 낮춘 가격에 공급하는 게 골자다.

충장로 상인회와 건물주 등은 협약식을 통해 충장로 상권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기로 했다. 또 상가 임차인에게는 최소 2년간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충장로 상권의 진입 문턱도 낮췄다. 광주시는 총 사업비 100억원 규모로 상점가 축제인 ‘라온페스타’를 개최하고 특화거리 조성 등을 추진 중이다.

정일성 충장로1·2·3가 상인회장은 “도심 공동화로 유동인구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코로나19 후 불황 여파가 너무 커 매출 회복이 힘든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2년이 넘도록 건물주들을 설득한 끝에 임대료를 50%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경호.황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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