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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데모크라시’와 ‘민주주의’

옛 시대 ‘민주(民主)’는 ‘민이 주인’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민의 주인’, 즉 ‘군주’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의 성종실록에는 ‘민주’가 두 번 보이는데, ‘임금’ ‘백성의 주인’으로 번역돼 있다. 고종실록에서는 ‘민이 주인’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에 ‘주의’가 붙은 ‘민주주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제도다. 영어 ‘데모크라시(democracy)’를 번역했다. 민중(demo)이 지배(cracy)한다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의’를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굳게 지키는 주장이나 방침’이고, 둘째는 ‘체계화된 이론이나 학설’이다. 그렇지만 ‘데모크라시’는 ‘주의, 이즘’이 아니다. 군주제의 반대쪽에 있는 하나의 제도다.
 
‘데모크라시’를 ‘민주주의’로 번역한 건 일본인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다. 후쿠자와는 ‘민주주의’에 앞서 ‘하극상’을 생각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이는 ‘하극상’은 “계급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 예의나 규율을 무시하고 윗사람을 꺾고 오름”이다. 후쿠자와가 생각하기에 ‘데모크라시’는 ‘하극상’ 같은 것이었다.
 
후쿠자와가 살던 시대의 일본은 ‘민이 주인’이라는 제도를 인정할 수 없었다. ‘위험한’ 제도여서 사실 그대로 번역하기 어려웠다. 후쿠자와는 ‘민주제’ 정도로 번역하지 않고 ‘민주주의’로 번역했다. ‘데모크라시’를 ‘제도’가 아니라 ‘주의, 주장’으로 변질시켰다. 의도적으로 틀린 번역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우리는 이 용어를 그대로 가져왔다. ‘민주주의’를 오해하는 일은 없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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