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통합 과제는 팽개쳐버린 정치권의 헌재 협박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 1월 15일 체포된 후 52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뉴스1]](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3/12/63316ada-c749-4b3c-8994-eaa7206a272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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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듯 극단적 언행과 고발 쏟아내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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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결집에만 매달리는 윤 대통령도 문제
어제 야당 의원들이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 박흥배·김문수·전진숙 의원은 삭발식을 했다. 전 의원은 “제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지어 재판관에게 보내겠다”고 말했다. “금요일(14일)까지 선고하지 않으면 이번 주말 대한민국은 찬반으로 완전히 뒤집어진다”(박지원 의원)는 섬뜩한 발언도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도 헌재 앞에서 탄핵 각하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앞서 3·1절 서울 도심 집회에서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은 헌재 등을 겨냥해 “모두 때려부숴야 한다”고 협박했다. 집회에선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이미선·정계선(재판관)을 즉시 처단하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 서신까지 공개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외교·안보가 총체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나라를 안정시켜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대통령 불법체포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데 맞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 5당은 심우정 검찰총장을 ‘내란공범’이라며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민연금이나 추가경정예산·상속세같이 시급한 현안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여야 모습에 국민은 절망감을 느낀다.
이 모든 파국에 원인을 제공한 윤 대통령은 석방돼 관저에 돌아와서도 국민 화합 노력은 외면하고 있다. 석방되면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90도로 절하는 모습은 국민 전체의 대표자가 아니라 특정 진영의 지도자라는 인상만 심어줬다. 석방 직후 대통령실에선 “겸허하게 헌재 선고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으나 석방 다음 날 관저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만나는 등 ‘관저 정치’에 나선 모습이다. 공수처장 고발 등 여당이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게 윤 대통령과 강경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헌재는 내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한다. 이 때문에 당초 이번 주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탄핵 찬반 갈등도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국민 통합은 안중에 없는 정치권의 행보와 맞물려 광장의 혼란도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 헌재로부터 100m 이내 구역을 “진공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정치권은 탄핵심판 이후 국민 통합을 생각해서라도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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