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의 테아트룸 문디] 꽃 한 송이에도 세상이 달라진다

연극의 시작도 봄과 인연이 깊다. 잘 짜인 희곡을 갖춘 본격적 연극은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시작하는데, 바로 봄의 축제였다.
신화에 의하면 디오니소스신은 제우스신과 인간 세멜레의 자식이다. 어미 세멜레는 디오니소스를 잉태한 채 제우스의 번갯불에 타 죽지만, 디오니소스는 아비의 신통력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태어난다. 겨울 이후의 봄처럼 죽음을 이겨낸 재생의 신이라 할 수 있다.
![디오니소스가 새겨진 로마시대 술잔. [대영박물관]](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3/12/5f19e933-56f9-40ee-b5b4-85c823038f57.jpg)
봄이 오면 그리스 사람들은 겨울이 끝난 것을 기뻐하며 디오니소스를 찬미했다. 술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며 거리를 활보했다. 그 음주가무의 제의가 디티람보스라는 합창으로 발전했고, 또 그 합창에 배우의 존재와 이야기가 들어가면서 구체적인 연극의 형식이 빚어졌다.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가 알려주듯, 이방에서 도입된 디오니소스적 도취와 해방의 축제가 그리스 본토의 아폴론적 이성의 힘과 만나 갈등하고 분별하면서 비극의 형식으로 고양된 것이다.
자 봄이다. 새 출발의 기쁨 속에 대학가의 신입생들은 술을 마실 것이다. 그 디오니소스적 취흥에 아폴론적 분별과 조화가 깃들기를.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마주할 세상에도 혹한의 갈등과 대립을 이겨낸 꽃들이 피어나길 소망한다. 우리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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