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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하세월’과 ‘허세월’

‘제도적 장치 마련은 하세월’.
 
위 예문은 신문 기사의 제목 등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어떤 사건·사고 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모른 채 세월만 흐르고 있을 때,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에 주로 이런 제목을 단다.
 
이처럼 어떤 일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고 막연하기만 할 때 쓰는 말이 바로 ‘하세월’이다. 그런데 ‘하세월’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다. ‘하세월’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부지하세월’은 ‘언제 이루어질지 그 기한을 알 수 없음’을 이르는 한자 성어다. 사람들의 입말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구조상 서술하는 부분인 ‘부지(不知)’를 빼면 의미가 통하지 않기 때문인지 ‘하세월’만으로는 표준어가 되지 못했다.
 
“지난 2년간 허세월만 보냈다”에서와 같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을 나타낼 때 ‘허세월’이란 단어를 쓰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허세월’도 사전에는 등재돼 있지 않다. 하는 일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내는 걸 일컬어 ‘허송세월(虛送歲月)’이라 하는데, 이를 줄여 ‘허세월’로 쓰는 듯하다. 비슷한 표현으로 ‘허도세월(虛度歲月)’도 있지만, 너무 길고 어렵다면 ‘헛세월’이라고 써도 된다. ‘헛세월’은 보람 없이 지내 온 세월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세월’과 ‘허세월’ 모두 언중(言衆)의 사용이 많아지면 표준어로 등재될지 모르지만 현재는 표준어가 아니므로 공적인 문서 등에서 마구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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