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핸드백이 위험해진 세상
오늘 아침 신문에서 한 여성이 마켓에 갔다가 명품 핸드백을 강탈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여느 때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녀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이 기사를 읽으며 문득 내 방 한쪽 선반 위에 놓인,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명품 핸드백이 떠올랐다.그 가방은 2년 전, 동부에 사는 딸이 보내준 선물이었다. 예쁘고 고급스러웠지만, 한 번도 실생활에서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값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어딘가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도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그저 선반 위에 조심스레 모셔둔 채, 가끔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지난해 어느 날, 남편과 잠깐 외출할 일이 생겼다. 문득 ‘오늘 하루만이라도 딸이 보내준 이 가방을 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오랜만에 외출하는 친구를 챙기는 기분으로 조심스레 팔에 걸었다.
그런데 가방을 든 내 모습을 본 남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갑자기 웬 핸드백이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동안 너무 외롭게 선반에만 있어서 미안하잖아.”
그러자 남편은 픽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럼 방 안에서라도 들고 다니면 되잖아.”
그 말에 우리는 마주 보고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가방을 메고 어린아이처럼 방 안을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가방은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 구경을 나온 것처럼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장난스럽게 웃고 떠들었지만, 현실은 그저 유쾌한 놀이로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 전에도 후배가 마트에 갔다가 핸드백을 노린 강도로 인해 큰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길을 걸을 때조차 주변을 살피고, 값비싼 물건을 소지할 때마다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핸드백이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위험 요소가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과연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말로 핸드백 없이 사는 것이 더 안전한 세상이 되어버린 걸까.
이영순·샌타클라리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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