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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공명 행위와 감정 조절 능력

손원임

손원임

사람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먹으면서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 역시 정말 많이 먹고 자란다. 즉 엄마의 말과 감정은 엄마의 따뜻하고 포근한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가 잘 자라도록 하는 데에 든든한 토대가 되어준다. 게다가 아기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고,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쳐서 한 성인으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자아 통제 능력, 특히 ‘감정 조절 능력’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다! 부모는 자녀가 항상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자아 형성을 이루는 진정한 모델이자 본보기다.  
 
나는 “사람이 정서적 스트레스 요인들에 대처해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인생 여정에 있어서 행복과 웰빙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강하게 믿는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감정 조절 능력’의 성장과 배양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자녀는 부모의 언행, 태도와 행동에 매우 민감하며, 끊임없이 보고 느끼며 따라하고 배우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부모의 안색, 호흡 소리, 심장 박동, 몸의 전율, 안녕, 침착한 상태, 불안한 몸가짐 등을 모두 포괄한다.  
 
사실상 아이는 부모와 가족, 교사 등을 포함해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특히 감정과 정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를 관찰하고 따라하는 법이다. 즉 부모는 자녀에게 절대적인 스승이다! 나는 이것을 ‘모방 행위’에서 더 나아가 ‘공명 행위’라고 부르고 싶다. ‘공명 행위’는 영어 단어로 하면, ‘resonance behavior’로 말할 수 있겠다. 사람이 누군가를 ‘공명’한다는 것은 꼭 똑같거나 일치하지 않더라도,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감정, 생각, 행동에 매우 깊이 공감하고 뜻을 같이 하는 행동이다. 즉 어떤 식이 되든 간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유명한 커피 전문점에서 보게 된 사건이다. 갑자기 어떤 여성이 마구 소리를 지르며 바리스타를 향해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왜 자신이 주문한 드링크가 “45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느냐”고 매우 화를 내고 있었다. 두세 명의 바리스타에게 왜 아무 것도 안 하고 늦장 부리며 서 있기만 하냐고 아주 큰 목소리로 나무라며 신경질을 부렸다. 마치 엄마가 자식의 잘못을 큰소리로 나무라듯이 말이다. 그 난처한 상황에서 어떤 바리스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어떤 이는 아예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못 들은 채 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먼저 온 사람들과 긴 줄을 뒤로 하고 (무척 오래 전에!) 자신이 주문한 드링크를 받아서 여전히 성난 모습으로 씩씩거리며 아이의 손을 잡고 아주 당당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  
 
그 때 교육학 박사인 나는 당연히 반사적으로 아이의 얼굴과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 가에 초점을 두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내가 그 아이라면 어떤 감정 상태일지도 상상해 보았다. 한마디로 온통 ‘불안감 덩어리’ 그 자체였다! 분명한 점은 그때 그 엄마가 보인 행동은 자신의 아이에게도, 바리스타들에게도, 다른 손님들에게도 아주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모의 역할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부모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할 때마다, 말과 행동, 그리고 특히 감정 조절에도 상당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보이는 얼굴의 표정과 목소리와 몸짓 언어가 감각적으로, 온몸에 너무나 직접적인, 때로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육아와 교육에 있어서 이 사회의 성인 모두가 기억해야 할 점은, 아이는 항상 부모나 주변 사람이 어떻게 자아를 통제하고 감정을 조절하는지를 공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성인의 부정적 본보기가 아동의 ‘공명행위’를 통해서 안타깝게도 악순환이 되지 않도록 매사에 더욱더 유념해서 행동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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