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한가닥(?)’ 했던 사람
나이가 들수록 오래된 친구들과 만나 팍팍한 현실 이야기보다 학창 시절 이야기 등 옛날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떠드는 게 재미있다고들 한다. 철모르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면 현재의 시름을 잊고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자신이 제일 잘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는 과거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왕년에 내가 한가닥 하던 시절에는…”으로 시작하곤 하는데,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여기엔 틀린 표현이 숨어 있다.
어떤 분야에서 특출나게 뛰어나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많은 사람이 이처럼 ‘한가닥 한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한가락 한다’고 해야 바르다. ‘어떤 방면에서의 썩 훌륭한 재주나 솜씨’를 나타내는 단어는 ‘한가닥’이 아닌 ‘한가락’이기 때문이다.
‘한가닥’은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가 보인다”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보겠다” 등처럼 쓰일 수는 있다. 이때의 ‘한 가닥’은 ‘한’과 ‘가닥’ 두 단어가 결합한 관용적 표현으로, ‘아주 약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합성어가 아닌 각각의 두 단어를 연이어 쓴 것이므로 붙여 쓰지 않고 ‘한 가닥’과 같이 띄어 써야 바르다.
‘한가락’은 붙여 쓰면 ‘어떤 분야에서의 훌륭한 재주나 솜씨’라는 의미가 되지만, “엿 한 가락” “노래 한 가락”에서와 같이 띄어 쓰면 또 다른 의미가 되니 주의해 써야 한다. 토막이나 노랫가락을 세는 단위로 ‘가락’을 쓰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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