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아래서] 빛은 깨어진 틈으로 들어온다
캐나다 가수인 레너드 코헨은 ‘Anthem’이란 곡에서 ‘세상 모든 것은 다 깨어져 금이 가 있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빛은 들어온다’고 노래했다. 우리 모두가 깨어진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어둠에 갇힌 우리들은 깨진 곳을 인정하기 싫고, 눈에 보이는 틈을 막아보려다 날카로운 상처에 계속 손을 베이기도 한다. 금 가고 깨어진 곳만을 돌아보고 또 보는 동안 그 틈은 더 날카로워지기 일쑤다. 돌아보고 만질수록 더 피가 흐른다.
어떤 이는 금이 가지 않았다며 눈을 감아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밝은 낮에도 앞을 보지 못하고 길을 잃는다. 어떤 이는 깨어져 금이 생겼다고 쓸모없게 여긴다. 이상하게도 무엇을 담고 있는지는 돌아보지 않는다.
사랑을 잃어버려 깨어진 금이 있고, 사랑을 받지 못해 생긴 금도 있다. 날카로운 혀에 새겨진 금도 있고, 억울한 속 때문에 생긴 금도 있다.
그러나 금이 간 그곳이야말로 빛이 들어오는 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마음이 깨어졌던 한 시인은 아름다운 꽃이 시들어 떨어지는 자리에서 열매를 맺게 하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위로의 빛을 보았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그의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기 쉬운 담담함이나 초월이라는 위로의 열매가 아니라, 가장 진실하고 소중한 눈물을 하나님의 위로라고 말한다.
금이 간 곳에서 들어오는 빛은 단지 빛이 아니다. 손에 들고 비추는 손전등 빛이 아니다. 그렇다고 저 멀리 하늘 위에서 그저 찬란하게 빛나기만 하는 태양빛도 아니다. 금이 간 고통을 알고, 고통 속에 들어오는 빛이다. 아픔을 알고, 아파하는 빛이다. 눈물을 아는, 눈물의 빛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생명을 주는 빛이다.
이렇게 우리를 위해 우시고, 우리를 위해 상처를 입으시고, 아픔을 심장과 몸에 담으시는 이 빛은 사람이요, 우리 모두의 눈물이 되시고 생명을 살리기에 이 빛은 하나님이시다. 이 빛은 당신 안에 담긴 것이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알려주는 빛이다.
깨어진 금을 보며 아파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지금도 당신의 금 간 그곳에는 변하지 않는 이 빛이 비추고 있다고.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자기의 금을 메우려고 애쓰고, 금이 메워져야 내가 좋은 그릇이라고 한없이 자신을 위해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에게 비추는 이 빛을 보라. 그 무엇도 하기 전에, 이 빛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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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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