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규범 vs 자발성, 세상 보는 관점차
<7>유가와 도가의 차이점
폭정에는 목숨 걸고 충언
함께 행동하며 길들여야
폭군 대하는 태도도 달라
도가에 따르면, 만물은 도(道)로 인해, 무에서 유로 다시 무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실체가 없는 것이고, 도는 그 모든 생성과 변화의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도가 사상을 이데아와 같은 실체를 지니지 않는 일종의 현상학이라고 한다. 노자는 이 도를 무와 동일시했는데, 이는 유의 가능성을 내포하여 유무상생(有無相生)의 도라 했다. 그 도는 스스로 그러한 것. 즉, 자연으로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무위(無爲)사상이 나온다. 노자 사상을 오해하는 부분은 자연을 벗 삼으라고 해서, 숲속에 들어가 원시인처럼 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이란,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인 도를 파악하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도를 도라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유무(有無) 관계로 이루어진 도란 것은 항상 운동과 변화를 거듭하기 때문에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가 생긴 이유이다.
도가는 정치철학이다. 가령, '도덕경'이 오랫동안 제왕학의 교본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자가 말한 무위(無爲)라는 것은 백성이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지, 책을 읽고 만들어진 백성은 유위(有爲)라는 것이다. 즉, 폭군이 있다면 목숨 걸고 충언하는 것이 유가의 가르침이라면, 도가에서는 인위적인 것은 철저히 배제해야 하므로 일단, 폭군과 함께 행동하여 그를 길들인 후, 그로 하여금 스스로 폭정을 하지 못하도록 움직이라고 가르친다. 이런 점에서 도가와 유가는 서로 반목한다.
노자는 '무위'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이루려는 마음(욕망) 자체가 없어야 한다고 한다. 유가가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정치라면, 도가에서는 그런 철학이 없다. 노자는 천지(天地)가 인간을 딱히 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도가의 성인(聖人)은 그러한 '자연'을 본받아 백성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성인은 심(心)을 초월했기 때문에 세계와 주변 상황을 자기 마음속에 있는 특정한 틀이나 고정관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즉, 그대로의 세상을 직시하면서 변화무쌍한 세상에 대응하면서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도가는 권모술수와 연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예로 노자는 '무위'를 통하여 다스리지 못할 것이 없다. 즉, 백성에게 어떤 욕망이나 깨달음을 주지 않으면, 그들에게 어떤 방향성이 생기지 않고, 항상 그들을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우민화 정책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해석은 법가(法家)의 '한비자'에 영향을 미치고, 법가를 숭상한 진시황은 백성의 배움은 죄악을 낳고, 책과 선비들이 죄악을 부추긴다고 생각해서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끔찍한 사태를 낳고 만다. 이 점에서 도가는 고도의 정치철학이라 볼 수 있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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