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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알고 오셨소…울릉·제주 합쳐놓은 ‘짬뽕 맛섬’

진우석의 Wild Korea 〈22〉 전남 완도 금당도
전남 완도의 8경 중 하나인 ‘금당의 기암상구(奇岩翔鷗)’는 작은 섬 금당도에서 만날 수 있다. 기암상구란 기암 위를 나는 갈매기를 뜻한다. 사진은 가마바위 위쪽 봉우리에서 본 풍경. 왼쪽 아래가 가마바위이고, 건너편 봉우리에 세포전망대가 있다.
금당도를 아시는지. 전남 완도의 250여 개 섬 중 하나로, 2021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완도 8경’ 중 마지막 8경이 ‘금당의 기암상구(奇岩翔鷗)’다. ‘금당도의 기암 위를 나는 갈매기’라는 뜻이다. 금당도는 자체적으로 ‘금당팔경’을 거느릴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수려한 기암절벽과 풍요로운 들판을 품은 보물섬이다.

금당팔경, 400년전 위세직의 가사 유래
금당도를 가려면 고흥군 녹동항이나 우두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금당도는 완도군에 속하지만 정작 완도 본도에는 금당도 가는 배가 없다. 녹동항에서 하룻밤 묵고, 이튿날 오전 5시 50분 출항하는 카페리에 몸을 실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거금대교 아래를 지나 마을 미술관으로 유명한 연홍도를 스쳐 40분 만에 금당도 울포항에 닿았다.

금당도는 면적 12.487㎢, 해안선 길이 37.4㎞인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이다. 면적에 비해 해안선 길이가 긴 건,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이어서다. 구불구불한 해안은 침식으로 형성된 절벽과 해식애가 발달해 절경을 이룬다. 섬 인구는 1000명이 채 안 된다.

섬 별미로 꼽히는 남해루 짬뽕.
“여그가 절경인디 어찌 알고 오셨소. 금당 팔경은 꼭 보고 가시쇼. 근디 짬뽕은 꼭 먹어야 혀. 해물이 엄청 들어가 육지랑 비교가 안 되지라. 짬뽕을 안 묵고 가믄 금당도에 댕겨 간 것도 아니여.”

울포항 매표소 사장님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며 여행 코스를 확정했다. 금당 팔경은 조선 후기 문신이었던 위세직(1607~89)이 지은 ‘금당별곡’ 가사에서 유래한다. 지금의 8경은 가사와 조금 다르다. 1경 울포귀범(울포항), 2경 교암청풍(가마바위 일대), 3경 공산제월(공산에 뜬 달), 4경 각암목적(코끼리바위), 5경 성산효종(스님바위), 6경 금당적벽, 7경 학령낙조(가학리 일몰), 8경 화도모운(초가바위)이다. 대개 유람선을 타야 볼 수 있지만, 2경과 6경은 두 발로 찾아갈 수 있다.

화산 폭발로 시루떡처럼 바위 쌓여
세포전망대 가는 길의 작은 전망대. 가마바위와 거금도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세포마을 안쪽 포구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 2경을 찾아간다. 길은 포구 앞 정자 왼쪽의 대숲으로 나 있다. 숲으로 들자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이 많아 원시적 분위기가 풍긴다.

가마바위 아래쪽 해안. 울릉도 도동해안과 제주도 용머리해안을 합친 듯하다.
20분쯤 걸어 가마바위 앞에 닿았다. 본래 가마바위는 썰물 때만 건너갈 수 있었는데 바닥에 돌을 깔아서 아무 때나 갈 수 있게 했다. 이 가마바위 일대가 교암이고, 여기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교암청풍’이라고 한다. 가마바위에 서자 건너편 세포전망대 아래의 해안 절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절경에서 절경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가마바위에서 세포마을로 돌아올 때는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해안 전망 좋은 곳’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을 꼭 가봐야 한다. 해안으로 내려서자 입이 쩍 벌어진다. 처음에는 울릉도 도동해안 산책로 같은 해안 절벽이 나오더니, 갈수록 제주도 용머리해안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시루떡처럼 첩첩 쌓인 바위는 과거 금당도에 화산 폭발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런 절경이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하다.

다시 돌아와 봉우리에 오르면 시원하게 조망이 열린다. 고작 65m 높이지만 1000m급 산을 뺨친다. 완도 비견도 너머로 고흥 거금도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북쪽으로는 금당도의 평화로운 들판과 최고봉 상랑산(220m)이 아스라하다. 봉우리에서 내려와 휘파람이 절로 나는 능선길을 따라 세포마을로 돌아온다.

해물 산더미처럼 쌓인 짬뽕
금당적벽에서 만난 기묘한 형상의 바위.
세포마을 포구에서 장문재까지 차로 이동해 6경을 찾아 나선다. 안내판에는 금당적벽이 ‘적벽청풍’으로 나와 있다. 장문재를 출발해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작은 전망대가 나온다. 백패커의 단골 야영지로, 가마바위 일대와 비견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또 다른 절경을 품은 세포전망대가 있다. 크고 작은 부표로 가득한 미역·다시마 양식장이 내려다보인다. 금당도는 섬 안에 너른 들판이 있고, 바다에도 기름진 들판이 있는 셈이다.

세포전망대 아래에 금당적벽 가는 갈림길이 있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따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절벽이 나타난다. 이름은 적벽이지만 흰빛이 돈다. 형체가 기기묘묘하고 곳곳에 구멍도 뚫려 있다. 절벽을 구경하며 계속 길을 따르면 폐양식장이 나온다. 여기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면 출발지 장문재에 닿는다.

차우리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들.
트레킹을 마치고 섬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는 차우리마을을 둘러본다. “어디서 왔당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말을 붙인다. 이야기는 금당도 자랑으로 이어진다.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섬이니 자주 놀러 오라신다. 마지막 코스로, 짬뽕을 먹으러 중식당 ‘남해루’를 찾았다. 다양한 해물에 돼지고기까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울포항 아저씨 말처럼 이걸 안 먹으면 여행이 무효인 정도는 아니었지만, 국물까지 싹 비웠다.

김경진 기자
☞여행 정보=고흥 녹동항과 우두항에서 금당도 가는 카페리가 하루 4~5회 운항한다. 2경 트레킹 코스는 세포마을 포구~가마바위~봉우리~세포마을 포구 원점회귀 방식으로 약 3㎞, 1시간 30분쯤 걸린다. 6경 코스는 장문재~세포전망대~노을전망대~금당적벽~장문재, 거리 2.5㎞, 1시간 30분쯤 걸린다. 숙소는 시설이 깔끔한 ‘하얀민박’이 괜찮다.

진우석 여행작가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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