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알고 오셨소…울릉·제주 합쳐놓은 ‘짬뽕 맛섬’
진우석의 Wild Korea 〈22〉 전남 완도 금당도

금당팔경, 400년전 위세직의 가사 유래
금당도를 가려면 고흥군 녹동항이나 우두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금당도는 완도군에 속하지만 정작 완도 본도에는 금당도 가는 배가 없다. 녹동항에서 하룻밤 묵고, 이튿날 오전 5시 50분 출항하는 카페리에 몸을 실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거금대교 아래를 지나 마을 미술관으로 유명한 연홍도를 스쳐 40분 만에 금당도 울포항에 닿았다.
금당도는 면적 12.487㎢, 해안선 길이 37.4㎞인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이다. 면적에 비해 해안선 길이가 긴 건,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이어서다. 구불구불한 해안은 침식으로 형성된 절벽과 해식애가 발달해 절경을 이룬다. 섬 인구는 1000명이 채 안 된다.

울포항 매표소 사장님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며 여행 코스를 확정했다. 금당 팔경은 조선 후기 문신이었던 위세직(1607~89)이 지은 ‘금당별곡’ 가사에서 유래한다. 지금의 8경은 가사와 조금 다르다. 1경 울포귀범(울포항), 2경 교암청풍(가마바위 일대), 3경 공산제월(공산에 뜬 달), 4경 각암목적(코끼리바위), 5경 성산효종(스님바위), 6경 금당적벽, 7경 학령낙조(가학리 일몰), 8경 화도모운(초가바위)이다. 대개 유람선을 타야 볼 수 있지만, 2경과 6경은 두 발로 찾아갈 수 있다.
화산 폭발로 시루떡처럼 바위 쌓여


가마바위에서 세포마을로 돌아올 때는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해안 전망 좋은 곳’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을 꼭 가봐야 한다. 해안으로 내려서자 입이 쩍 벌어진다. 처음에는 울릉도 도동해안 산책로 같은 해안 절벽이 나오더니, 갈수록 제주도 용머리해안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시루떡처럼 첩첩 쌓인 바위는 과거 금당도에 화산 폭발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런 절경이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하다.
다시 돌아와 봉우리에 오르면 시원하게 조망이 열린다. 고작 65m 높이지만 1000m급 산을 뺨친다. 완도 비견도 너머로 고흥 거금도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북쪽으로는 금당도의 평화로운 들판과 최고봉 상랑산(220m)이 아스라하다. 봉우리에서 내려와 휘파람이 절로 나는 능선길을 따라 세포마을로 돌아온다.
해물 산더미처럼 쌓인 짬뽕

세포전망대 아래에 금당적벽 가는 갈림길이 있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따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절벽이 나타난다. 이름은 적벽이지만 흰빛이 돈다. 형체가 기기묘묘하고 곳곳에 구멍도 뚫려 있다. 절벽을 구경하며 계속 길을 따르면 폐양식장이 나온다. 여기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면 출발지 장문재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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