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거목들 속삭임 속 '녹색 힐링', 태평양 기차여행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나무들과 청량한 공기가 가득한 레드우드 주립공원.
연말연시에 가볼 만한 여행으로는 태평양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미국의 리비에라'라 불리는 산타바바라에서 암트랙(AMTRAK) 기차에 탑승할 수 있다.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주는 태평양 바다 구경에 흠뻑 빠진 사이 기차는 샌루이스 오피스포로 여행자들을 옮겨놓는다. 샌루이스 오피스포 인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레드우드 주립공원이 위치한다.
안개 자욱한 자연 그대로의 숲속에 하늘에 닿을 듯 높이 뻗은 붉은 삼목들이 무성하다. 1억 년 전부터 살았다는 레드우드의 한국 이름은 미국삼나무. 어마어마하게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어떤 나무는 장정 10명이 안아야 할 정도로 굵기도 하다. 그래서 레드우드 한 그루를 자르면 40채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목재가 나온다고 한다. 더러는 생을 다하고 쓰러진 나무 위로도 옹기종기 새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1000년 동안 새로운 나무들의 자양분이 되는 까닭에 죽은 레드우드를 유모 나무(Nursery Tree)라고도 부른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삼나무 길은 여유롭게 산책하기에도 그만이고, 증기기관차를 타고 원시림을 탐험해 볼 수도 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은 숲과 나무에 의해 여러 갈래로 흩어지며 신비의 숲을 만든다. 안개 자욱한 숲에서 청량한 공기와 직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레드우드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하고 영험한 기운까지 얻어갈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여정에 추가해 볼 것을 추천한다. 차이나타운을 지나 금문교, 피어 39, 선착장, 페리빌딩, 알카트라즈, 자이언츠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 등 연말 시즌에 더욱 화려한 샌프란시스코를 만나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금문교로 진입하는 고속도로를 메워 자연 친화적인 프레지디오 터널 톱스를 개장했고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고층 빌딩 한가운데 루프톱 공원도 새롭게 오픈했다. 물론, 오늘도 어김없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케이블카는 151년째 옛 방식 그대로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처럼 유니크한 문화와 다채로운 지역색이야말로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샌프란시스코만의 매력이라 하겠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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