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투표로 아메리칸 드림 되살리자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요즘 미국에서 오래 산 이민 1세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한 올드 타이머는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사고 사업체도 인수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일궜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살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민 30년 차 한인도 젊은 세대의 미래를 걱정했다. “취직한 손자가 아파트 월세가 부담스러워 아들 집에 얹혀산다. 손녀는 대학 졸업 후 1년이 지났는데도 취직을 못 하고 있다. 둘 다 내 집 장만은 포기한 것 같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마저 잃은 것 같아 안쓰럽다.”
한인들의 우려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인 ‘아메리칸 드림’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아메리칸 드림이 유효한가’란 질문에 동의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12년 전의 같은 조사에선 절반이 넘는 53%가 동의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퇴색은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 해결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어디에 있겠는가. 결국 11월 대선에서도 경제 이슈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와 그에 따른 극단적 대립을 우려하는 이도 많다. 한 70대 여성은 어떤 모임이든 정치 이야기는 아예 꺼내질 않는다고 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의 대화가 다툼으로 번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에는 이쪽저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사리에 맞는 말엔 서로 동의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답을 미리 정해 놓고 남의 말은 들어볼 생각도 없는 이가 많은 것 같다. 지지 정당이 다르면 자녀 결혼도 반대하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미국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인 단체에서 오래 활동한 한 한인도 비슷한 견해였다. “전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은 물론 지지자들도 이렇게 심하게 대립하진 않았다. 공화당은 너무 오른쪽으로, 민주당은 너무 왼쪽으로 가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피곤해지고 있다. 옛날이 그립다.” 정치적 양극화는 사회 구성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물론,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릴 해법 마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심한 양극화는 한인 정치력 신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한인 정치 1번지’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한인 사회는 선거에 출마한 한인이 있으면 당적과 관계없이 후원하고 투표했다. 한인 선출직 공직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인 후보도 당적을 봐가며 뽑겠다는 이가 늘었다. 어느 당이든 한인이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돕자는 목소리는 전보다 잦아들었다. 이 또한 정치적 양극화의 결과물이다. 각자의 신념에 따른 투표는 당연한 권리이지만, 한인 정치력 신장이란 깃발 아래 모였던 한인들이 너무 빨리 흩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오는 11월 5일 OC 한인 유권자들도 차기 대통령 선출과 함께 각급 선거에 출마한 한인 후보들에 투표할 기회를 갖게 된다. 후보 중엔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있다. 만약 한인 후보의 당선과 선호 정당 후보 지지란 두 가지 선택을 놓고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면 서로 다른 선택의 무게를 가늠해본 뒤 투표하길 권한다. 물론 어떤 선택이든 존중한다.
경제와 정치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서로 영향을 준다. 미래 세대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노력하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적어도 경제와 정치 상황이 지금보다는 한층 나아진 곳일 것이다.
미래 세대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무다. 이를 도울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지금 사는 세상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를 바꾸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한다. 고작 내 한 표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더 멀리, 더 빨리 나아갈 것이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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